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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파병 美 입장 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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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국방부가 6일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 교체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한국의 파병협의단은 미국과 이틀째 고위 실무 협의를 가졌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 서주석(徐柱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장은 6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스티브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등을 두루 만났다.

전날에는 국무부를 방문,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그랜트 그린 관리 차관,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 등과도 회동했다. 때문에 "한국군의 파병 규모와 성격, 파병 시기와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협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협상에는 양측 대표단이 한 자리에 모여 장시간 토론을 벌이고,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李차관보 등이 국무부와 국방부 관계자들을 두루 접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본격 협상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李차관보 등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위인사들을 하루에 10여명 정도씩 만났고 접견시간은 대부분 30여분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 소식통도 "협의단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의 입장을 듣는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리에서 협의단이 한국 정부의 어려운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의 반응과 의중을 타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번에 제시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토대로 정부 안보 관련 부처가 조율을 거친 뒤 본격 협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6일 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 5월 말까지 본토 병력 등으로 대폭 교체하고 전체 주둔 규모도 10만5천명(현재 13만2천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번 결정은 게릴라전에 대비해 경무장 병력을 중심으로 기동력을 높이기 위한 편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인 경찰.보안군(현재 11만8천명) 규모를 내년 가을까지 22만1천명 수준으로 늘린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감축에는 영국.폴란드군을 중심으로 이뤄진 2개 다국적군 사단을 대체하고, 제3의 다국적 사단을 신설할 수 있을 만큼 외국군을 추가 지원받는 것이 관건이지만, 현재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종혁.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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