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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특수 현지정보엔 “깜깜”/민병관 경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떡이 크면 뭐합니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복구용 상품리스트조차 받아볼 수가 없어요.』
6일 전경련이 긴급소집한 업계 간담회에서 나온 하소연이다.
이날 모임은 중동특수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대책을 세우기위해 필요한 정보나 자료가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었다.
30여명의 참석자들이 서로 돌려가며 얘기해본 결과 누구도 자신있는 목소리를 내지못했다.
단편적인 정보들만 주고 받았을 뿐이었다.
물건을 팔려면 살 사람의 입맛부터 알아야 한다.
중동지역은 지금 생필품부족현상이 심각한 상태이고 외국업체에 대한 주문도 납기를 최우선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어느 물건이 필요한지는 물론 누가 필요로 하는지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번 전쟁을 주도한 미국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복구사업의 상당몫을 차지할 수 있는데도 이를 굳히기 위해 민간업계는 물론 정부와 의회 등 말 그대로 민관일체의 총력전을 펴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이 쿠웨이트 대사나 복구사무소 등을 찾아가 자기 지역구업체들의 물건을 사줄 것을 부탁하고 다니는가 하면 정부에서는 특별위원회까지 마련해 독식채비를 갖추고 있다.
영국·프랑스 등도 『미국에 다 넘겨줄 수는 없다』며 정·관·민 3자합동으로 활발한 국제로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최근에서야 순회사절단을 보낸게 고작이다.
업계는 오히려 해외지사를 동원하고 총수가 나서는등 바쁘게 돌아가고 있으나 혼자선 역부족이다. 수서사건·뇌물외유사건 등의 후유증막기에 겨를이 없는 국회는 아직 중동대책을 한번도 진지하게 논의해보지 못하고 있다.
중동특수를 잡기 위해 선진국들이 정치권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이 특수가 민간차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정치적 성격을 짙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특수가 「그림의 떡」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달라져도 크게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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