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학교 설립에 기대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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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부가 국립예술학교 설립 계획을 앞당겨 내년부터 실시하겠다는 구체적 방침이 중앙일보(3월5일자)에 단독 보도되었다.
음대 입시부정사건 이래 특수학교 형태의 예술학교 운영이라는 기본 원칙만 발표되어 구체적 모양을 그릴 수 없는 많은 예능계 지망생과 학부모들은 향후의 귀추에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터였다.
바로 이런 시점에서 문화부가 밝힌 국립예술학교 조기 설립방침은 넓게는 예술교육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선도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고 좁게는 예능계 입시부정을 구조적으로 처방하는 획기적 단안이라는 점에서 환영하고 이 계획의 성공적 추진에 기대하고자 한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는 예술학교의 92년 설립이 너무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현행의 예술교육이 제도적으로 잘못되어 있고 입시부정이라는 구조적 병폐를 안고 있는한 그런 잘못과 병폐는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할 일이다.
더구나 입시부정사건으로 제도개선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에서 더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오히려 늦춘다면 그나마 형성된 공감대마저 흐지부지 사라지고 예술계 일부 기득권층에 의한 현상고수의 움직임도 나올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문화부 계획에 따르면 국립예술학교는 신입생의 학력이나 연령제한이 없는 실기위주의 6단계 과정으로 이뤄진다. 3단계 예비과정과 2단계 전문과정,그리고 학위과정이다.
이중 내년부터 음악분야의 전문과정 1단계 신입생을 선발하고 나머지 과정은 연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미 문화발전 10개년 계획속에 예술학교 설립을 추진해온 문화부로선 기본계획과 골격은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실시시기를 앞당길 여건을 갖췄다고 본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예술학교 설립은 반세기 가까운 우리의 예술교육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이의 건실한 출발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조기설립에 치우친 나머지 생겨날 졸속도 금기지만 예산부족으로 지연되고 끝내는 용을 그리려다 뱀을 그린 결과로 끝나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예술학교 설립은 예술교육의 개혁일뿐만 아니라 기존 대학제도가 지닌 경직성을 풀고 다양화·기능화의 방향으로 나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선례로서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충분한 예산확보와 수준높은 교수진과 교육시설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기존 명문대의 예술전문 교수가 자청해서 예술학교로 옮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 높은 학교로 만들어야 기존 예술대학의 선호에서 벗어나 예술학교 위주의 예술교육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예술학교 조기설립도 중요하지만 예술학교의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예술교육의 방향전환과 대학의 다양화·기능화라는 큰 변수가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보다 면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강구되고 검토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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