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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겐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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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현재 우주에서 임수 수행 중인 미국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마크 폴란스키 선장이 한국계인 것으로 1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아시아위크 등에 따르면 폴란스키 선장의 외할머니는 1900년 평양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하와이로 이주한 한국인이라는 것.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난 그의 어머니 이디스는 폴란드계 약사인 어빙과 결혼, 1956년 뉴저지주 에디슨시 근처에서 살면서 마크 폴란스키를 낳았다. 그의 고향 에디슨시는 지난해 11월 한인 1.5세인 최준희(36.미국명 준최)씨가 미국에선 처음으로 시장으로 선출된 곳이다. 에디슨시는 우주비행사 폴란스키의 활약을 기리기 위해 올 6월 모교 근처의 공원을 '폴란스키 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아이스하키.스키와 함께 재즈를 즐겼던 그는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퍼듀대로 입학했다. 거기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졸업 후인 80년 공군에 입대해 본격적인 비행훈련을 받으며 조종사로 뛰어난 자질을 발휘했다. 그 덕에 파일럿이라면 모두가 선망하는 시험비행 조종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의 꿈을 접지 못하고 92년 공군에서 나와 미 항공우주국(NASA)로 들어갔다. 본격적인 우주비행사로서의 길을 택한 것이다.

마크 폴란스키 선장이 아내 리사, 딸 캐틀린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결국 한번의 고배 끝에 96년 우주비행사 시험을 통과, 어릴 적 꿈을 이뤘다. 우주여행은 이번이 두번째로 2001년 STS-98 애틀랜티스호를 타고 309시간 우주에서 체류했다. 부인 리사와 결혼한 것도 이 무렵. 부부는 현재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아버지 어빙은 애틀랜티스 발사된 지 4개월 후 타계했으나 올해 83세인 어머니 이디스는 아직도 에디슨시에서 살고 있다. 이디스는 늦은 시간 인터뷰 요청에 "지금은 곤란하다"며 사양했다.

그러나 이디스는 미국 언론과의 접촉에서 아들의 어린 시절을 소개했다. 아들이 5살 때인 61년 '앨런 세퍼드가 미국의 첫 우주비행사가 됐다는 TV 뉴스를 최면에 걸린 듯 지켜봤다'는 게 모친의 회상이다. 그가 선장을 맡은 이번 디스커버리호 발사는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4년 만에 실시되는 첫 야간 발사인 데다 두 차례나 발사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가 인솔하는 우주비행사 7명은 9일 오후 8시47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디스커버리를 타고 성공적으로 우주에 도달했다. 이들은 9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된 태양전지 패널을 조작, 전력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도록 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

최근 몇달간 플로리다에 내려가 아들 가족과 지냈다는 이디스는 발사 당일 새벽부터 발사 기지를 찾았다고 한다. 아들이 '동트는 순간, 눈부신 아침 햇살에 드러나는 우주왕복선의 장관을 보러오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발사 광경을 지켜본 뒤 밤에 발사돼 더욱 장관이었으며 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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