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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근의우주항공이야기

로봇 태권V와 초대형 여객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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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마침 얼마 전 유럽의 에어버스사가 개발한 A380기가 한국을 찾았다. A380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A380의 날개 간 거리는 80m, 길이는 73m, 이륙할 때의 최대 중량이 560t이다. 이만하면 월드컵 축구장 면적을 차지할 정도다. 바퀴에서 꼬리날개 상단까지의 높이도 24m로 건물의 8층 높이에 해당한다. 여객기는 아니지만 이보다 더 큰 비행기도 있었다. 88년 등장한 러시아의 수송기 AN-225이다. 원래 러시아의 우주왕복선 운반용으로 설계됐다. 여객기로 개조할 경우 1000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크기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을까. 비행기가 뜨고 비행하는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러나 초대형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뜨는 것을 보면 솔직히 필자의 눈에도 너무 신기하다. 항공기가 뜨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력이 확보돼야 한다. 양력을 얻기 위해 충분한 크기의 날개가 필요하다. 비행을 위해서는 엔진의 추진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태권V는 공기 중을 비행할 때 떠오르는 힘인 양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날개가 없다. 날개가 없는 태권V가 비행하려면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엔진이 있어야 한다. 제트엔진 가운데 현대 항공기에 쓰이는 종류는 대부분 터보팬 엔진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가장 강력한 터보팬 엔진은 F-22 전투기에 장착한 프랫-휘트니 엔진이다. 이 엔진의 추진력은 11t 정도다. 태권V의 경우 이론적으로 이 엔진 150여 개 이상을 발바닥에 장착해야 날개 없이 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비행기는 상대적으로 큰 날개를 장착해 작은 추력(推力)으로도 쉽게 양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비행기는 A380의 몇 배의 크기로 제작해도 비행은 가능하다. 다만 비행기가 너무 커지면 그만큼 연료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장시간 비행을 위해서는 넓은 공간의 연료탱크가 필요하다. 여객기의 경우 가능한 한 공간을 좌석과 짐칸으로 만들어야 수익성이 보장된다.

항공기가 대형화되면 이 밖에 여러 가지 문제가 뒤따른다. 공항도 이들 초대형 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만 한다. 항공기를 주차할 수 있는 충분한 터미널 공간이 필요하다. 착륙할 때 비행기의 자중에 의한 활주로의 손상도 분석해야 한다. 비행기가 커지면 후미에 생기는 와류의 영향 때문에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 간격을 조절해야 한다. 날개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항공기가 서로 지나갈 때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활주로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꺼번에 많은 승객이 동시에 타고 내리려면 서비스 보조차량이 있어야 한다. 날개와 동체가 크기 때문에 조립을 위해 별도의 운송 수단이 요구된다.

따라서 A380기보다 더 큰 초대형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 정도의 규모면 손익분기의 크기라는 얘기다. 초대형 여객기가 되면 탑승객의 수를 늘려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그만큼 손실도 크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기동력이 우수하고 연료 효율도 높은 중소형 비행기로 대체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