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전범처리」 논란/미서도 강경­온건파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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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참전국 사이에도 시각차이/아랍여론·힘의 공백등 관건/“이라크 승리” 선전땐 강수 나올듯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투중지 명령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당분간은 정치적 생명을 보장받은 선에서 걸프전쟁은 마무리에 들어갔으나 후세인의 장래를 전범재판에 연결시키는 가능성이 미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의 주역인 일본의 도조 히데키(동조영기)처럼 후세인이 전범으로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의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아직은 이른 것처럼 보인다.
쿠웨이트를 탈환한 뒤 쿠웨이트 국민들이 이라크 점령기간동안 겪은 잔혹한 행위를 고발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를 전범으로 처리하는 데에는 미국과 우방간의 시각차도 크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기간을 통해 미국은 후세인을 전쟁이 끝난후 재판정에 세울지 모른다는 점을 암시해왔고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관해 그때그때 언급함으로써 그를 재판정에 서게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복선을 깔아놓았다.
실제 유엔 결의 12개안 가운데 어디에도 전범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전쟁중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국제협약으로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측이 굳이 마음만 먹으면 어려울 것도 없는 상황이다.
말린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이 문제에 관해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라고만 밝히고 아무런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마거릿 터트와일러 국무부 대변인은 『다른 나라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시각차가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내에서도 이번 전쟁에서 강경입장을 내세워 온 인사들은 후세인의 전범처리를 고집하고 있으나 국무부측에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시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국가 지도자들이 원하고 있는 후세인 제거는 현실적으로 당장 그를 제거할 수도,이라크내 쿠데타가 임박한 조짐도,이라크내 쿠데타가 임박한 조짐도 없는 가운데 전범재판만이 그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
또 굳이 전범재판을 하지 않더라도 이를 무기로 사담 후세인을 위협할 경우 결정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무부가 이에 반대를 들고 나오는 데에는 그만큼 이유가 있다. 미국이 후세인을 재판에 끌어낼 경우 이를 지켜볼 아랍인들의 심중이 어떻겠느냐는 얘기다.
아랍민중들의 마음속에는 비록 황당한 싸움을 걸기는 했지만 후세인을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를 재판장에 세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다.
또 중동의 세력균형 논리에 입각해 이라크의 급격한 몰락이 가져올 힘의 공백을 염려하는 측에서는 이같은 마무리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군측은 전범재판이 여의치 않을 경우 후세인을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의 종교재판정에 세우는 방법,국제민간법정에 세우는 방법 등 다른 방법으로 그를 죄인으로 낙인 찍을 수 있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회교종교재판은 극형까지 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은 전투가 중단된 28일에도 『우리가 이겼기 때문에 전투가 중단됐다』고 「정치적 승리를 염두에 두고 승전무드에 있는 미국을 자극했다.
후세인이 이같은 황당한 주장을 계속할 경우 이번 전쟁의 처음부터 끝까지 후세인을 철저히 불신하고 자신의 시간표대로 전쟁을 치른 「무서운」 부시를 또다시 격노케해 후세인 스스로 마지막을 재촉하게될는지 모를 일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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