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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대 금품 로비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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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이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카지노 운영과 관련된 납품업체를 선정하면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현웅 부장검사)에 따르면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서울 강남 코엑스점 등 전국 세 곳의 카지노에 설치된 보안 시스템 납품업체로 대기업 D사 컨소시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대의 돈이 이 회사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D사가 납품업체로 결정되기 위해 그랜드코리아레저 관계자들에게 전달한 수표 사본을 확보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인기 방송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이 됐던 차모(55)씨도 최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카지노 전문가인 차씨는 지난해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상임이사로 영입됐다가 올 초 내부 알력으로 물러났다.

차씨는 검찰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지난해 10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D사에 특혜를 주기 위해 교수 등 외부 심사위원들을 매수했고, D사는 그랜드코리아레저 임직원들에게 억대의 금품을 뿌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렸다. 차씨는 "D사가 지인을 통해 (나에게도) 돈을 전달해 왔으나 돌려준 뒤 모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의 보안 시스템은 출입 통제장치, 객장 내 폐쇄회로 카메라(CCTV), 컴퓨터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설비로 카지노 운영의 핵심 장치다. D사는 지난해 10월 그랜드코리아레저의 보안 시스템 입찰에 참가한 3개 회사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G사를 제치고 선정됐다. G사는 당초 224억원을 제시해 D사의 238억원(최종 낙찰가는 234억원)보다 입찰액이 낮았으나 탈락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100억원대 정도면 보안 시스템 설치가 가능한데도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예산을 과다하게 늘려 잡았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검찰은 D사가 특혜를 받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첩보도 입수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손봉숙 의원은 카지노 납품 비리와 관련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청구안을 국회에 최근 제출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측은 "외부 심사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류평가와 프레젠테이션 점수 등을 평가해 최고점을 얻은 D사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았으며 이 과정에서 금품 로비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종문 기자

◆ 그랜드코리아레저=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카지노 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 공익사업 투자 재원 마련 등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9월 자본금 3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회사. 현재 서울 코엑스 강남점, 강북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산 롯데호텔에 카지노를 운영 중이다.



◆반론보도문◆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위 사건은 2006년 2월의 모 방송 보도 직후 스스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여 아직 조사 중인 미확인 사항이고, 보안시스템 납품업체 선정은 반드시 저가 입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격 및 기술 평가를 병행한 투명.공정한 심사에 의한 것이며, 차모씨의 검찰에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예산 과다 편성이나 비자금 조성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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