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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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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3면

온천 휴양지로 오랫동안 알려져온 나성은 대덕연구단지가 인접해 있고 93엑스포 바람으로 대형호텔들이 여기저기 쑥쑥 올라가는등 현대적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이 생길만도 한데 정작 단골로 삼고 싶은 곳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서울에서 대덕으로 자리를 옮긴 국립중앙과학관직원들은 새로운 생활환경에 적응할 겨를도 없이 몇 달동안 정말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다. 일에 몰두하다가 연구단지내 구내식당의 식사시간을 놓치는 때도 비일비재했다. 그럴 때 우연히 들른 칼국수집 하나가 우리의 단골 집이 되었다.
이 집을 우리가 자주 찾는 자주 찾는 것은 별나게 훌륭해서라기보다 큰 부담없이 언제라도 찾을수 있는 텁텁하고 인정넘치는 분위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에 소박한 주인 아줌마 오염되치 않은 전라도 사투리 자리에 앉으면 그냥 나오는 동치미 국물처럼 짭짤하고 시원하다.
시간에 쫓기면 1천2백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느 푸짐한 양의 칼국수나 수제비 한그릇으로 한끼를 해결할수 있다.
게다가 일반 칼국수 집과는 달리 수육·오징어 두루치기·파전·장떡·두부김치·김치전등 메뉴가 다양하다. 모두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입에 당기는데 몇명씩 어울러 갈때는 두부김치·오징어 두루치기에 소주잔을 돌릴 때가 많다. 각각 3천5백원이하의 부담없는 가격이고 이에 곁들이는 소주는 최상의 「친목제」다.
한번은 오징어 두루치기를 먹고나서 접시에 남은 맵싸하게 맛있는 국물 찌꺼기가 버리기 아까워 삶은 국수를 달래서 비벼 먹었더니 기가막히게 입에 당기는 것이었다. 내가 이를 「오징어 스파게티」라 했더니, 그후로 이 집 명물의 하나가 되었다.
허황되게 비싸고 호화스런곳보다 이런 수수하고 인정에 넘치는 식당들이 늘어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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