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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율 올리면 편법대출 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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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편법 대출을 부추기고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시중은행의 비판이 제기됐다. 시중은행이 한은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하나은행 부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노진호 수석연구원은 13일 '지준율 인상의 의미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금리를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묶어놓고 은행 돈줄만 죄는 선별적 통화관리정책은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간의 상호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며 "통계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에 선행한다"고 주장했다.

노 연구원이 지적한 지준율 인상 조치의 문제점은 은행의 대출능력만 제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건전한 금융회사의 대출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은행 대출을 억제하더라도 사람들이 집을 사기 위해 상호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대부업체 등에서 계속 돈을 빌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나 대부업체 등 금융감독을 제대로 받지 않는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경기가 나빠지고 집값이 하락할 때 이 대출이 금융불안 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은행의 대출을 제한하면 은행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향후 금융시장 안정 및 통화정책 성공 여부는 시중금리를 적정 수준에 얼마나 가깝게 근접시킬 수 있느냐, 부동산 가격에 대한 지나친 기대심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당국은 지준율 인상으로 반사적 이익을 보는 제2금융권의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자금운용에 제약이 커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축소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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