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만에 끝난 이임사(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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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서특혜분양은 이미 지난해 결정된 것이다. 다만 발표가 늦춰진 것이다. 이때문에 택지개발계획 자체가 차질을 빚게돼 서둘러 발표한 것 뿐이다….』
18일 오후5시 서울시청 대회의실.
박세직 전 서울시장의 이임사는 단 4분만에 끝났다.
『비록 적법·적절한 절차였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박 전시장은 재임 53일의 최단명의 불명예가 꺼림칙한듯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크다고 했다. 지난달 3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이날의 이임식과는 대조적으로 「파격적인」행사가 있었다.
전례없이 신년하례식에 밴드가 초청돼 박 전시장은 『손에 손잡고』를 열창했다.
시직원들은 「파격」을 일상으로 여기는듯한 시장을 거물의 외압막이로 믿었다. 박 전시장은 지난달 21일 서울시가 2년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수서문제를 파격적(?)으로 선뜻 결정했다.
시직원들은 박씨의 대범함과 뱃심에 경탄했다. 그러나 박시장은 취임후 수서문제를 보고받고 주택조합을 협동조합과 같은 것으로 착각했다.
한번도 지하철을 타본 일이 없어 『곧 타보겠다』고 했다.
시직원들은 서울시 행정을 「산모의 산고」로 곧잘 비유한다. 지도위에 긋는 가느다란 선하나도 수많은 이해당사자를 만들어 항상 집단민원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전시장이 시장재임중 유일한 「결정」은 보름만에 「백지화」됐다.
박 전시장은 최종결정권자 이면서도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여운을 남겼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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