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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사건 마무리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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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막판 「양심선언」터지자 수사진도 당황/“평민과 묵계 깨진것”의혹 일어/“해명성수사 비난은 각오”체념/생중계 의식 기자회견 장소도 바꿔
지난 2월3일 언론보도를 시발로 착수된 수서지구특별분양사건은 18일 오전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 매듭.
이날 수사결과 발표를 맡은 최명부 중앙수사부장은 오전 8시57분 발표장인 대검찰청사 8층 대회의실에 들어와 수사검사들이 배석한 가운데 23페이지에 달하는 발표문을 차분히 낭독.
최중수부장은 발표문을 읽은 뒤 오전 9시30분쯤부터 9층 중앙수사부장실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일문 일답을 나누었는데 청와대 관련설을 끈질기게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결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거듭 강조.
○발표후 집무실 올라가
○…대검8층 소회의실에서 30분간 발표문을 읽어 내려간 것으로 공식발표를 끝낸 최명부 중앙수사부장은 보도진의 질문을 받지않고 곧바로 9층 자신의 집무실로 올라가 뒤따라온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대신.
45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된 중수부장실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반영하듯 비좁은 공간에 취재·사진기자등 30여명이 몰려들어 발표문중 미진한 부분에 대한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에 앞서 검찰은 TV생중계가 되는 소회의실이 아닌 최중수부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자고 주문,검찰주변에선 생중계과정에서 보도진으로부터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올 것을 꺼려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추측.
○이종질녀 행방추적
○…권영각 전건설부장관은 17일 오후 8시쯤 검찰에 자진출두,당정회의 참석경위 등에 대해 진술.
권 전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의식한 듯 청사밖에서 차를 내려 직접 철제문을 열고 들어와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한뒤 『그만합시다』며 다소 짜증스런 태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직행.
권 전장관은 『오후 5시쯤 연락을 받았다』며 어떤 내용을 조사받을 것 같으냐는 질문엔 『간단한 조사가 될 것 같다』고만 대답.
○…검찰은 17일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비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비밀 가명계좌 예금통장 수십개를 이용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이 비밀계좌를 관리했던 정회장의 이종조카 천모양(24)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정회장은 회장비서실에 근무했던 천양을 통해 필요할때마다 시중은행에 가명으로 계좌를 개설,돈을 입금시켰다가 모두 1백만원짜리 수표로 인출한 뒤 곧바로 계좌를 해제하는 수법을 사용해 왔다는 것.
해제된 가명계좌는 가명과 계좌번호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컴퓨터 검색으로도 추적이 어렵기때문에 천양을 조사해야만 정회장의 비자금규모를 알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언.
문제의 천양은 정회장의 동남아여행을 수행,지난 5일 귀국한 이후 잠적해 아직까지 향방이 묘연한 상태.
○이제부턴 정치적해결
○…수서사건 수사발표에 대해 「해명성」짜맞추기식 수사라는 비난이 일자 검찰은 이 사건의 성격상 좋은 소리는 못들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며 체념하는 분위기였으나 다소 서운하다는 표정.
검찰은 수사초기 뇌물죄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물증」이 비교적 쉽게 확보돼 활기를 띠었으나 막판에 이원배 의원의 양심선언에 정구영 검찰총장까지 거론되자 매우 당황해 평민당의 주장을 즉각즉각 반박키로 했다는 후문.
검찰관계자는 이의원의 「양심선언」공개로 수사가 확대돼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수사는 형사처벌을 전제로한 것이기 때문에 소문만 가지고 아무렇게나 시작할 수 없으나 이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범법여부를 계속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또 『이제 수서사건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검찰차원을 떠나 정치적인 해결에 맡겨야 할 것』이라며 골치아프다는 표정.
○정 회장 “사례금”진술
○…한보측이 이원배 의원을 통해 평민당에 2억원을 준 사실을 검찰이 숨기려 했던데 대해 이는 평민당이 쥐고 있는 「양심선언」을 의식,여·야간의 어떤 묵계가 있지 않았었겠느냐 하는 의혹이 제기.
검찰은 16일 중앙일보가 「이원배 의원의 수뢰 액수는 2억3천만원보다 2억원이 많은 4억3천만원이며,이중 2억원은 권노갑 의원에게 당비로 전달됐다」고 보도하자 『그 2억원은 뇌물이라기보다 정치자금의 성격이 짙어 혐의 사실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 보도가 나간뒤 평민당이 이의원의 양심선언을 공개하자 검찰은 『정태수 회장이 지난해 12월15일 이원배 의원을 통해 평민당에 준 2억원이 「청원통과에 대한 사례금이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혀 이 2억원을 「뇌물성」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검찰이 「2억원」과 「양심선언」을 모두 감춰 이 사건이 여·야의 핵심부까지 번지려는 것을 막으려한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며,결국 『평민당도 검찰과의 어떤 「묵계」가 깨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양심선언을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외부인사에 물어봐
○…정구영 검찰총장과 최명부 중앙수사부장 등 검찰수뇌부들은 수사결과발표를 하루 앞둔 17일 발표문에 포함시킬 내용등을 검토하느라 휴일도 잊은채 분주한 모습들.
최중수부장은 17일 오전부터 취재진등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검찰청사 15층 VIP조사실에서 수사검사들로부터 각자가 담당한 조사내용을 보고받아 이를 종합정리한 뒤 17일 오후부터 정구영 총장실에 들어가 발표문안을 최종점검했으며 이때문에 정총장은 오전 1시쯤 퇴근.
최중수부장과 제갈융우 1과장은 중수부 2·3과장, 서울지검에서 차출된 검사등 실제 조사를 맡았던 수사검사들로부터 각자의 조사내용을 보고받고 이를 취합했는데 특히 최중수부장은 일부 외부인사들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궁금한 점을 물어본뒤 이를 발표문에 삽입했다는 후문.
○2시간 조사후 귀가
○…지방에 내려갔다가 수서사건 마무리 조사를 받기위해 급히 상경한 홍성철 전청와대 비서실장은 17일 오후8시50분쯤 검은색 그랜저승용차를 타고 혼자 삼청동 검찰별관에 도착.
청와대 관련자중 마지막으로 검찰에 나온 홍 전비서실장은 두툼한 검은색 외투에 목도리를 하고 있었으며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도 차 안에서 앞만 바라보며 무표정한 모습.
홍 전비서실장은 다른 소환자들과는 달리 2시간여만인 오후 11시10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18일 오전 검찰공식발표를 앞두고 마무리를 위해 형식적인 조사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구속된 이원배 의원의 「정태수 회장 당비제공」발언부분에 대해 진술하기위해 소환된 평민당 권노갑 의원은 17일 오후4시 조승형 의원·보좌관 등 4명과 함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검찰별관에 출두.
별관에 소환된 다른 사람들이 대개 승용차에 탄채 정문을 통과한데 반해 동행한 사람들과 함께 승용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 권의원은 미소짓는 가운데서도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으며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히겠다』고 짤막하게 한마디.
다른 승용차에 탄 조의원은 함께 별관에 들어갔다가 10분만에 나와 아무런 말없이 떠났다.
○수석들 안가서 조사
○…의원·공무원등 7명 구속으로 수서사건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16일 밤에도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 비서관·이상배 행정수석비서관·이연택 총무처장관(전행정수석)등 3명이 삼청동 검찰별관에 소환돼 밤늦도록 조사를 받았다.
이날오후 9시10분쯤 검은색 로열살롱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삼청동 「안가」에 도착한 김종인·이상배 수석등 청와대팀은 전날 이승윤 부총리등의 기습소환조사이후 미리 진치고 있던 10여명의 사진기자들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카폰으로 사전 연락을 받은 초소경비원들이 재빨리 열어주는 정문을 통해 쏜살같이 안가로 진입.
○사진찍힐까 신경써
○…16일 오후 9시30분쯤 검찰별관에 도착한 이연택 총무처장관은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린듯 엑셀승용차에 혼자 타고 출두.
이장관이 탄 차는 별관정문을 그냥 지나쳤다가 되돌아와 정문을 쏜살같이 통과하는 등 사진촬영을 피하기 위해 신경.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전·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5시간가량 「외압」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은뒤 17일 오전 1시30분쯤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잇따라 별관을 빠져나와 귀가했다.
○…한보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받은 2억원의 성격에 대해 평민당은 『정회장이 김대중 총재를 존경하는 마음에서 주었다』고 주장하는 반면,당사자인 정회장은 이 돈이 수서문제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 주장해 귀추가 주목.
검찰관계자에 따르면 17일에도 검찰의 조사를 받은 정회장은 『민자당의 재정위원인 내가 왜 김총재를 존경하겠느냐』고 평민당측의 주장을 일축했다는 것.
17일 정회장과 이원배의원과의 대질신문에서도 정회장은 『평민당이 수서문제해결에 적극 협조해준데 대한 감사표시로 이의원에게 3억원을 주었으며 그중 2억원이 평민당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이의원은 『정회장이 김총재를 존경한다며 돈을 주기에 권노갑 의원에게 당비로 전달했다』고 서로 다른 진술을 했다고.
◎수서의혹사건 일지
▲88.4 한보,수서지구 자연녹지 매입시작
▲89.3.21 수서지구 공영개발지구 지정
▲90.2.16 청와대,서울시에 주택조합 택지공급 지시공문
▲ 6.15 서울시,1차당정회의에서 공급불가방침 고수
▲ 8.17 민자당,2차당정회의에서 공급결정
▲ 8.31 평민당,서울시와 건설부에 「긍정검토」협조요청
▲ 9.28 서울시,택지공급불가 발표
▲ 10.27 주택조합,이태섭의원(민자)소개로 국회에 청원제출
▲11월 건설부,「공급가능」유권해석
▲ 12.11 국회건설위 청원심사소위,여야 만장일치로 청원의결
▲91.1.19 서울시,장병조 전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
▲ 1.21 서울시,택지공급 발표
▲ 2.5 노태우 대통령,특별감사 지시
▲ 2.7 대검중앙수사부,수사착수
▲ 2.8 장 전비서관 사표수리
▲ 2.9 주택조합관계자 12명 소환
▲ 2.10 한보임직원 10명,윤백영 서울시 부시장,이동성 건설부주택국장,김학재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서울시·건설부 과장급 3명소환
▲ 2.12 정태수 한보회장,박세직·고건 현·전직서울시장,김대영 건설부차관등 소환
▲ 2.13 고진석 연합주택조합간사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 2.14 오용운·이태섭·김동주(민자)의원,이원배·김태식(평민)의원,장병조 전비서관등 소환. 정회장 구속수감
▲ 2.15 이규황 건설부국토계획국장 소환
▲ 2.16 의원 5명,장 전비서관,이국장 구속수감. 김종인 경제수석,이연택 총무처장관,이상배 행정수석 소환
▲ 2.17 홍성철 전청와대 비서실장,권영각 전건설부장관,평민당 권노갑의원 소환
▲ 2.18 수사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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