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밀양시|고도 특성 살린 문화관광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조옴 보오소/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조옴 보소/아리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고개로 날 넘겨 주소』 영남지방의 대표적 민요인 『밀양아리랑』. 은근조로 시작되는 『밀양아리랑』은 전남 『진도아리랑』이나 강원도 『정선아리랑』의 애잔한 가락과는 달리 밝고 흥겨운 가락으로 넉넉한 밀양사람들의 순후한 인심을 느끼게 한다.
『동국여지승람』의 밀양도호부편에는 밀양이 「긴 내(천)를 굽어 당기고 넓은 들을 평평히 얼싸안고있다」고 적어 태백산맥의 신령한 기운이 모인 형세로 표현했다.
예부터 밀양은 낙동강과 밀양강 주변의 기름진 농토가 많아 농업이 성했다.
이러한 유족한 농경사회의 유산 탓인 듯 흥겨운 가락으로 불려진 『밀양아리랑』 이외에도 무형문화재 68호로 지정된 밀양백중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아랑의 절개가 전해오는 고도다.
더욱이 이 고장 출신인 유학 영남학파의 태두 김종직 선생과 대종 때 명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변이량· 사명대사 등의 뛰어난 학문과 충효의 전통을 이어온 선비의 고장이다.
밀양은 l931년 읍으로 승격된 후 58년만인 89년l월 현재의 밀양시로 승격됐다.
밀양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수원·대전·대구 등과 함께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선의 중요역으로 경남의 관문역할을 담당했으나 고속도로 개통과 급속한 산업화의 영향을 덜 받아 낙후된 소도읍으로 머무르고 말았다.
그러나 이곳은 시 승격과 함께 밀양∼울산간 국도확장과 계획중인 금해∼대구간 고속도로 건설 등에 힘입어 자연경관을 이용한 전원관광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밀양시청과 상공인·사회단체·예술인들은 지방화시대를 맞아 고도의 특성을 살린 전원·관광·문화·교육도시로 발전시킬 기대로 부풀어 있다.
밀양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꼽히는 『밀양백중놀이』는 음력 7월 보름 백중날에 세벌논매기를 끝낸 머슴들이 불구자로 꾸며 모여 양반들의 몰인정한 태도를 익살 넘치는 춤을 통해 풍자하는 해학적인 민속놀이로 밀양민속예술보존회(회장 이강석·65)가 발굴, 전수해오고 있다.
이 백중놀이는 지난해 경남 도 문화상을 받은 하보경씨(85·양반춤)와 김상룡씨(75·농요)등 인간문화재와 이강석회장 등 민속보존회원들이 고령에도 겨울방학을 이용해 몰려드는 대학생·교사들에게 이를 전수하느라 비지땀을 쏟고있다.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받은 게 줄다리기는 줄을 목에 걸고 방바닥에 엎드려 게처럼 기면서 줄을 당기는 놀이로 농한기 때 머슴들의 힘 자랑을 겸해 성행했다.
또 경남의 대표적인 향토축제로 지정된 밀양아랑제도 예향의 면모를 더해주는 지방종합예술행사로 자리잡았다.
죽음으로 정절을 지킨 아랑의 넋을 기려 매년 음력4월l6일을 전후로 열리는 「아랑제』는 밀양시민과 예총 밀양지부회원을 비롯, 경남과 전국의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민속예술보존협회 고문인 김동선씨(73)등이 중심이 돼 62년6월 정식 인준받은 예총 밀양지부(지부장 안영·67)는 진주예총과 더불어 밀양을 경남의 예술의 고장으로 더욱 빛나게 한다.
예총밀양지부의 모태가 된 문협지부(지부장 유종관·70)는 해방이후 조선문학연구회로 출발, 60년대 후반에는 회원들이 『석화』동인지를 내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왔다.
84년6월 인준받은 연극협회(지부장 조현·46)는 극단「메들리극회」를 운영하면서 줄곧 공연활동을 꾸준히 계속해 현재 국립극장단원으로 활약중인 손숙씨(44)등 중견 연극인들을 배출해냈다.
국악협회(지부장 김동선)는 백중놀이와 게줄당기기등 민속놀이를 발굴·재현하고 초·중·고 학생들의 국악지도까지 맡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음악·미술·사진협회도 지방예술활성화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있다.
밀양예총지부 산하 6개 지부회원 1백50여명은 봄철 「아랑제」와는 별도로 82년부터 매년 10월말 「밀양예술제」를 개최, 작품발표 및 공연· 전시회를 열고있다.
글 허상천기자 사진 김형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