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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위기를 바로 보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성장의 기둥이 돼야할 제조업의 위축을 말해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돼 물가불안,수출부진과 함께 성장기반의 약화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1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산업별 취업자 비중추이는 제조업 취업자의 구성비가 2년 연속 낮아졌음을 밝혀주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노동력 이외의 자원배분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몫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제조업부문에 대한 은행대출 비중은 86년의 46%에서 작년 11월 현재 41%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과 자원을 덜 쓰고도 생산성 향상이 자원투입 감소분을 능가할 정도가 된다면 자원배분상의 제조업비중 감소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경제에서 실제로 일어난 변화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제조업생산비중의 감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년 이어 작년에도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잠정추계에 따르면 작년의 제조업 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으로 소비성 서비스산업의 비대화를,다른 한편으로 수출의 부진을 수반하면서 진행돼온 제조업의 활력상실과정을 3년째 끌고 간다면 그것은 바로 정부가 내건 제조업경쟁력 강화와 제조업비중 증대가 실패로 돌아갔다는 증거로 해석될 것임을 정책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금년도의 제조업 성장전망도 예년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다. 국내외의 온갖 악재들이 연초부터 제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행이 12일 발표한 투자계획 실태조사는 금년도 중소제조업체의 투자증가율이 6%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것은 실태조사가 시작된 84년 이후 가장 늦은 증가율이며 90년의 실적치 27%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기업쪽에서 이를 상쇄할만큼의 대폭적인 투자증대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같은 몇가지 지표와 제조업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현재의 상태로는 미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조업 위축에 대한 정책대응에 있어 이미 정부는 엄청난 실기의 과오를 범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조업 육성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이었고 이때는 이미 제조업의 기력상실이 1년이상 진행돼 하나의 추세로 굳어져 가고 있을 무렵이었던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정부는 우선 금년도에는 제조업 비중을 다시 올려놓는다는 것을 주요목표로 설정하고 물가억제목표나 수출목표 달성에 기울이는 것보다 더한 강도로 제조업 성장목표를 관리해 줄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자면 제조업의 안과 밖을 균형있게 살피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제조업 밖에서 은행돈을 꾸어 땅투기를 자행할 소지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제조업보다 소비성 서비스업에서 더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상존하는지에 대해 한층 치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올 경제운용의 핵심과제로 앞세우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시책은 주로 제조업 내부문제에 국한된 것으로 제조업 밖에 산재한 탈제조업의 유인을 철저히 제거하지 않는한 그 시책은 실패하고 만다는 것을 각별히 유념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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