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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정 회장 구속 “초읽기”/본궤도에 오르는 「수서의혹」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 회장 배임혐의도 일부 확인/소환대상 주변인물 백명 예상
검찰이 12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을 소환함으로써 수서의혹사건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로써 정회장의 설날 연휴전 구속이 가시화되긴 했지만 건설부와 시청 관계공무원의 결탁과 뇌물수수,장병조 청와대 전비서관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외압·비호세력,국회건설위 청원심사소위를 중심으로한 정치인 개입등 앞으로 검찰이 파헤쳐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 본격적인 수사는 이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당초 한보가 로비로 커온 기업이라는 점과 거미줄처럼 넓게 다방면으로 퍼져 있는 관련자들 때문에 수사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동안의 주변수사에서 의외로 눈에 띄게 드러나는게 없어 내심 초조해 하는 듯한 인상이다.
특히 한보그룹 임직원들은 한결같이 『대외 로비창구는 정회장 혼자 도맡았다』고 핵심부분에 대한 관련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정회장이 얼마나 입을 열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제 수사가 검찰과 정회장의 맞대결로 압축된 셈이다.
검찰은 정회장이 5공비리 수사등 그동안 몇차례 수사대상으로 올랐었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 속성을 잘 알아 외압·로비부분에 대해 적당한 선까지는 밝혀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즉 정회장 정도라면 검찰이 이런 강도로 힘있게 칼을 뺀이상 자신과 그룹간부의 구속은 물론 외부압력·공무원결탁·금융특혜 등 부분별로 어느선까지는 처벌이 불가피 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면 부인작전으로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그러나 정회장의 진술에서 조그만 수사단서라도 잡기 시작하면 의외로 쉽게 수사가 진척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의 속성상 한번 입을 열기 시작하면 거침없이 털어놓게 되는데다 실마리가 잡히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게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회장을 상대로한 싸움에서 얼마만큼 진실을 파헤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지만 과연 검찰의 수사결과가 국민들의 의혹을 충분히 풀어줄 수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주변수사=수사착수 4일째를 맞은 검찰은 첫날 연합주택조합 대표 이주혁씨등 조합관계자 1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데 이어 10일에는 강병수 한보주택 사장등 한보 임직원 10명과 공무원 3명을 소환했고 11일에는 이동성 건설부 주택국장·김학재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부르는 등 지금까지 27명을 소환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공무원·국회의원·은행관계자·한보임원 등에 대한 모든 수사종결때까지 소환자가 1백명선에 이를 것으로 검찰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정회장 혐의=현재 정회장의 뇌물공여 부분에 대한 「물증」 찾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뇌물혐의 대신 배임혐의를 일부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보측 경리장부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사용처가 분명치 않은 거액지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이에 따라 이번 수사는 방증 및 주변수사를 통해 드러난 뇌물혐의를 정회장에게 확인하는 방법이 아니고 회사경리장부에 나타난 불분명한 지출액의 용도 및 사용처를 추궁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회장에게는 떨어지는 국토이용관리법 이외에 구속단계에서 배임혐의 등이 추가될 전망이다.
배임(형법 355조)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때」 성립한다.
즉 회사경리장부에 나타난 사용처 불명의 돈에 대해 정회장이 입증을 못하면 한보법인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배임죄가 적용된다.
검찰은 아직까지 로비자금으로 직접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자금 장부나 규모는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사공금 가운데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서지구를 매입해 주택조합에 되파는 과정에서 특별부가세 1백28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과 관련,법인 대표인 정회장에게 탈세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탈세는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할 경우 범죄를 구성하는데 한보의 경우 사들인 수서녹지 4만9천평의 소유권을 주택조합측에 제소전 화해방식으로 넘겨주는 부수적인 행위로써 차액없이 매각한 것처럼 신고했기 때문에 의도적인 탈세가 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세금을 일부러 떼먹기 위해 가격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소유권이 넘어가는 절차의 한 행위로 허위신고한 것이기 때문에 세금추징사유는 되지만 형사처벌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장병조 전비서관=검찰은 가능하면 정회장과 장 전비서관의 신병처리를 설날연휴 전까지 끝내고 싶은 입장.
현재까지 표면화된 것으로는 외부압력부분에서 단연 손꼽히는게 장씨이기 때문에 그의 구속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보고있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검찰 내사결과 장씨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과연 아무런 대가없이 택지특별분양 결정에 적극 나섰겠느냐는 점에서 장씨의 뇌물수수부분 수사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추가수사결과 장씨의 금품수수가 입증되면 뇌물과 직권남용은 동일행위에 대한 일련의 행위이기 때문에 뇌물수수죄만 적용될 공산이 크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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