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있는 여행 출발! 와인열차

중앙일보

입력


6일 오전 9시 40분쯤
서울 발 부산 행 무궁화호 열차 1호칸.
고급호텔 레스토랑을 옮겨놓은 듯 화려한 분위기의 객실에서 승객 40여명이 저마다 호젓한 평일에 떠나는 열차여행의 즐거움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 순간, 새하얀 머리카락에 턱시도어를 입은 노신사(한국와인협회 서한정 회장·63)가 좌석을 돌며 모든 승객에게 레드와인 한 잔씩을 정성스레 돌렸다. 와인의 선홍색과 턱시도어의 빨간색이 조화를 잘 이뤘다. 승객들은 노신사의 친절에 황송해하며 유리잔을 받았다.

열차는 한국철도공사와 와인코리아가 이날부터 본격 운행에 들어간 '와인 트레인(Wine Train)'. 포도주(와인)를 마시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열차다. 승객들은 차에 오르자마자 예쁜 와인잔과 잔 주머니를 한 개씩 선물로 받는다. 이어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간단한 안주와 함께 와인코리아가 만드는 국산 와인 '샤토마니(Chateau Mani)'를 마음껏 리필해(다시 채워) 마실 수 있다.
무궁화호에 붙여 1칸(50명 정원)으로 편성된 와인트레인은 매주 화·토요일 오전 9시 20분 서울역을 출발한다. 차내에서는 각종 행사도 곁들여진다.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와인 강의를 비롯, 섹소폰 연주·레크리에이션 등이 진행된다.
승객들이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친해질 즈음인 이날 낮 12시, 이윽고 열차는 충북 영동역에 도착했다. 관광버스를 타고 추풍령 쪽으로 20분쯤 달리자 와인코리아 공장이 나왔다.
공장 내 식당에서 한식부페로 점심을 마친 관광객들은 생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와인 숙성용 땅굴도 구경했다.

마지막으로 심천면 고당리에 있는 난계국악체험전수관을 들렀다. 이곳에서 전문가로부터 실습을 통해 장구·징 등 타악기 연주법을 배우며 스트레스를 푼 뒤 오후 4시15분 영동역을 출발, 서울로 가는 와인트레인에 다시 올랐다. 점심값을 포함한 이 열차의 패키지 요금은 1인당 5만9000원(어른 기준)이다.
이천세 철도공사 경북남부지사장은 "와인트레인은 입소문이 많이 퍼져 토요일 분은 이미 올 연말까지 예약이 끝났다"며 "내년 3월부터는 열차를 6칸으로 늘리고 토요일에는 1박 2일 코스로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와인코리아 윤병태(48)사장은 "1인당 20만원을 내면 통나무집에 1박 2일 간 머물며 와인스파(포도주목욕)를 즐길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포도 주산지인 영동군에서는 지난해 전체 가구의 23%인 4600여 농가에서 전국 대비 10.2%(3만9000여t)의 포도를 생산했다.

영동=프리미엄 최준호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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