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회장에 박용학씨/번복소동끝에 회장직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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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초로 업계출신 회장 옹립/정치권 외풍 막을지가 관심
무역협회는 11일 오전 서울 삼성동 종합전시장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21대 회장에 박용학 대농그룹회장을 선출했다.
이날 총회는 이와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남덕우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무역협회가 11일 박회장을 21대 무협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그 배경이야 어찌됐든 최초로 업계출신 회장을 맞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박회장이 금진호고문의 회장직 수락번복소동으로 갑작스레 회장직을 떠맡았다고는 하지만 무협 45년 역사상 10명의 회장을 거치면서도 순수업계출신 회장은 아직 한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박회장의 회장직추대는 청와대측이 금고문의 수락번복을 종용하면서 『차기회장은 업계출신중에서 자율적으로 뽑아보라』고 주문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회장 선출의 배경은 타율적인 냄새가 짙지만 무역협회로서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회장을 갖게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박회장이 10일밤 회장단회의에서 차기회장으로 추대된 직후 「수출부진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것은 무협회장의 위상으로 볼때 「영광스럽다」고한 관료출신인 금고문의 일성과 좋은 대조를 보여준다.
박회장은 한일경제협의회장·한중경협위원장·한미 경제인협회부회장을 맡아 나름대로 꾸준히 민간통상외교를 벌여왔다.
그러나 정치와의 함수관계가 깊은 최근의 통상외교 추세를 감안할때 남덕우명예회장이 대미 관계등에서 박회장의 역할을 보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고문을 계속 상임고문에 앉혀두기로한것 역시 대내적인 문제에 있어서의 그의 입김을 활용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러나 최근의 특계자금 문제등에서 보듯 정치권에 약한 무역협회가 새로운 민간출신회장을 맞아 외풍을 얼마나 견뎌낼지는 현재로선 확언키 어려운 실정이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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