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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추적 「수뢰 캐내기」/검찰 수서규명 어떻게 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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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 회장 입 안열것”… 주변조사/“늦출수록 손해”수사에 박차/관련의원 부분은 정 회장처리후 착수
서울 수서택지 특혜분양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휴일인 10일 강병수 한보주택사장 등 한보그룹 임원들에 대한 철야조사에 이어 11일 이동성 건설부주택국장과 김학재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을 소환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특히 10일밤 철야조사를 받은 강사장·한근수 전무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태수 한보그룹회장의 측근참모라는 점으로 보아 정회장과 장병조 전청와대비서관 등에 대한 소환이 설날연휴전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수사관계자는 『새마을비리 사건등 모든 역대 대형사건은 핵심인물들의 진술이 아닌 주변인물수사에서 수뢰혐의등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해 검찰은 정회장의 완벽한 비자금관리에도 불구,이미 비자금실체를 밝히는 등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이 이처럼 정회장의 소환을 늦추며 비자금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은 이번사건에서 정치자금제공과 뇌물공여부분을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해결의 관건으로 보기 때문이다.
검찰관계자는 장 전비서관이 건설부와 서울시 공무원등에게 특혜분양을 강요한 점과 관계공무원들이 장 전비서관의 압력에 굴복한 사실등은 정치권 및 고위공무원들의 수뢰행위를 뒷받침하는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비자금추적=검찰은 이미 지난 7일부터 국세청과 은행감독원 직원들을 동원,전금융기관 및 제2금융권등에서 한보의 비자금구좌를 찾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11일 감사원으로부터 한보가 수서택지 양도차액 4백27억원과 3개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정상화자금 4백18억원등 모두 8백45억원의 「용도불명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통보받고 한보그룹 자금운영실무총책인 한전무와 경리직원들을 상대로 이 돈의 행방과 사용처를 집중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10일오후 강사장등의 소환사실을 밝히면서 『이들에 대한 조사는 검찰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언론의 입장에선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들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보다는 비자금행방확인에 더큰 목적이 있음을 암시했다.
검찰은 10일밤 철야조사에서 한전무로부터 비자금행방에 대한 결정적 진술을 받아내 11일부터 전금융기관에서 장 전비서관과 건설부·서울시 공무원·국회건설위소속의원의 실명·가명구좌나 금융상품을 정밀수색 중이다.
수사관계자는 『정회장에 대한 조사는 검찰이 이미 파악한 비자금의 흐름에 대한 확인작업을 주로 할 것』이라고 말해 정회장으로부터 직접 비자금 사용처를 밝히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법처리=검찰은 이미 감사원과 국세청으로부터 정회장의 탈세및 국토이용관리법위반 부분과 장 전비서관의 직권 남용혐의를 통보받았기 때문에 이들을 당장 구속할 수도 있다는 입장.
검찰은 그러나 이같은 단순한(?)범죄 사실로만 이들을 구속할 경우 검찰이 이 사건의 본질을 축소 왜곡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반발을 우려,결정적 뇌물수수혐의를 포착할 때까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늦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회장과 장 전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소환은 곧 이들의 뇌물수수사실 확인을 전제로 한 것이며 소환은 곧바로 구속과 연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11일 오전 한 수사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길어질수록 검찰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될게 없다』고 말해 검찰이 이들의 소환시기를 당초예상보다 빨리 설날연휴전인 12일 중으로 잡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검찰은 또 건설부 이동성 주택국장과 서울시 김학재 도시계획국장등 수서택지특혜분양에 관련된 고위공무원의 경우도 직무와 관련된 단순한 범법사실은 포착했으나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11일조사에서 수뢰혐의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추궁을 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소환된 이동성 국장등 2명은 11일밤중으로 수뢰혐의가 밝혀지면 정회장등에 앞서 먼저 구속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선 귀가조치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의원 부분=국회건설위 오용운 위원장과 청원심사를 맡았던 박재홍·김동주·이웅희(이상 민자당) 이원배·송현섭(이상 평민당)의원,청원소개자인 이태섭의원(민자당)의 뇌물수수여부가 초점.
정치권에 대한 로비는 한보그룹 실무진을 배제한채 정회장이 직접 담당했다는 첩보에 따라 검찰은 정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이후 마지막단계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 지도자급 인사와 청와대의 장 전비서관 이상 고위직으로의 연결의혹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수사는 이번 사건의 시한폭탄이 될수도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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