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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이재정 통일장관, 그에 대한 걱정과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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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이재정씨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는 인사를 강행했다. 전임 이종석 장관에 이은 대북 편향의 '코드장관'이다. 이씨가 재벌로부터 10억원을 받아 노무현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감옥에 다녀왔으니 코드인사에다 '보은인사'까지 겹쳤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 장관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다. 대북 최고위회담을 이끄는 만큼 자기관리.실력.역사의식에서 남한의 대표선수급이어야 하는데 흠결투성이 인물이 됐다.

후보가 되면서 이씨의 과거와 현재가 노출되었다. 신부인 그는 성공회 총장 시절엔 기독교 사회주의를 신봉하면서 급진 진보 지식인들에 대해 관대하고 지나친 평등주의를 보였다. 재야 단체장으로는 간첩 판정을 받은 송두율 교수에게 상을 수여했고 민주당 의원 시절엔 이회창 병역비리 사기사건의 주범 김대업씨를 격려하기도 했다. 국회 청문회에선 더욱 적나라하게 정체성이 드러났다. 한국전쟁의 본질은 남침인데도 답변을 미적거렸고, 전범 김일성에 대한 평가를 묻자 "역사가 할 것"이라고 이상하게 답했다. 핵우산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전문지식 부족도 내보였다. 그래서 야당은 부적격 평가를 내렸다.

6자회담은 이제 겨우 날짜가 잡힌 정도인데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은 나라 안팎에서 북한 핵실험이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인상을 주는 언행을 하고 있다. 정권의 대북 관리체제가 이토록 거의 무방비 상태인데도 평화 지향적 대북관으로 무장한 성직자가 남북 교섭의 실무 수장(首長)이 되어 불안하다. 그가 장관이 됨으로써 남한이 무분별하게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거나, 북한의 변화도 없이 쌀.비료 지원을 재개하거나, 그저 헤프게 웃으면서 핵실험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평화는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평화의 필수 조건인 북핵 폐기에 대해선 별반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도 대통령과 장관이 걱정을 하지 않으니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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