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폭 넓힐까 정가 긴장/「수서의혹」수사와 각 정당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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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건설소위 위원·이태섭의원등 대상에/「청와대 축소」엔 일부서 반발
수서지구 택지특혜분양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뇌물로비」여부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관련부처 공무원들과 정치권 전체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정치권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해오던 노태우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가진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의 면담에서 수서지구 행정조치의 백지화와 성역없는 수사방침을 천명했고 노대통령을 면담하고온 김대표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성역없는 수사를 누누이 강조해 수사대상의 확대가능성을 예고했다.
○…뇌물로비설은 수서특혜분양 의혹사건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부터 국회주변과 서울시,그리고 건설업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게 사실.
양성우 의원은 임시국회상임위에서 『현재 건설위주변에선 한보가 수서대책을 위해 각계 요로에 뿌린 로비자금의 규모가 3백억원에 달한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주장했고 1인당 1억∼2억원설,15억원설까지 뜬소문이 구구. 검찰도 한보의 로비자금살포를 확인하고 있는 상태.
현재 정가에서 뇌물로비의 혐의가 있다며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시의 특혜분양 결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국회 건설위 청원심사소위위원들과 수서민원 청원을 소개한 민자당의 이태섭 의원으로 압축되고 있다.
이는 택지공급 불가방침을 계속 고수해오던 서울시가 국회 건설위의 청원의결을 기점으로 태도를 바꾸는 수단으로 건설위에 기댔기 때문에 건설위를 상대로한 한보의 로비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
이 때문에 국회주변에서는 건설위 청원처리에 직접 참가했던 민자당의원 2명과 평민당의원 1명등 O,K,L 3인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면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설이 파다하고 액수도 2억원에 이른다는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당사자들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는 이들 의원들의 로비의혹을 우선적으로 규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한 실정.
문제의 건설위 청원심사 소위는 박재홍(소위원장)·이웅희·김동주(이상민자),이원배·송현섭(이상평민)의원으로 구성됐으며 오용운 위원장은 청원이 본회의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사무총장이름으로 서울시에 청원통보를 하도록 조른 장본인이다.
○…민자당도 수서민원처리를 위해 지난해 6∼8월까지 두차례의 고위 당정을 주선했는데 때문에 김용환 민자당 전 정책위의장과 서청원 전제3정조실장 등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당사자들은 불똥이 옮아올까봐 걱정. 문제의 26개 주택조합이 민자당에 민원을 접수했다고는 하나 민원처리를 위해 부총리·법무·건설장관·서울시 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고위당정을 주선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 당시 청와대의 협조공문도 붙어있었다는 것인데 한 관계자는 당시 관여했던 당사자들이 『더이상 말하지말라』고 쉬쉬했다는 것.
○…이번 건설위 청원처리에 자파의원이 참가,뇌물로비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민자당 민주계는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자 내부적으로는 몹시 걱정하는 눈치.
왜냐하면 우선 혐의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 의원이 최근 고급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공화계의원들도 『국회의 일반적 관행으로 보아 관련의원의 개연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며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한 실정.
○…평민당에 주택조합 민원인들이 찾아온 것은 이원배 의원 소개로 지난해 6월초.
그들은 8월중순에 다시 김총재를 찾아와 △청와대 협조공문 △민자당 당정회의 △건설부 유권해석등을 제시하며 평민당도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다.
지난 총선·대선에서 조직관리를 담당해 김총재로부터 총애를 받아왔던 이원배 의원에 대해서는 총재의 정치자금줄이다,아니다라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이 의원은 이들 민원인들과 처음 접촉한뒤 김총재소개,평민당 협조공문발송,국회청원심사과정에서 택지특별공급이 주택개발촉진법등 법률상 적법하다는 견해를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의원은 『나와 평민당은 당사자들로부터 로비를 받은적이 없다. 여당은 모르지만…』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정치권을 어느정도 손대고 국회의원들도 수사할 것이냐는 점.
「성역없는 수사」에 국회나 여야가 포함되면 청와대도 포함해야될 것이 아니냐는 지적.
수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조합대표들이 로비를 한 경로를 보면 한보의 로비순서도 드러나는데 이들은 ▲90년 1월8일 청와대에 민원접수 ▲5월31일 민자당접수 ▲6월초 평민당총재실 방문 ▲7월7일 건설부장관의 「공급가능」유권해석후 10월27일 건설위에 청원을 접수시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따라서 『한보의 로비가 청와대→여야정당→건설위로 옮겨갔다』며 『건설부와 서울시등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력기관에 집요한 로비공세를 폈을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영삼 대표가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 『일부 국민들 가운데는 언론은 성역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는 언급에 대해 해석이 구구한데 한보의 로비가 일부 언론에도 이뤄졌을 경우 언론도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는 얘기냐는 관측도 대두.<문일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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