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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쟁력 강화 뒷받침/여신관리제도 왜 손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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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그룹 주력기업을 선별 육성/“여신관리 사실상 포기”우려도
정부가 여신관리제도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하게 된 것은 개방화에 따른 국내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의 일률적인 관리방식에서 탈피,선별적으로 자금지원폭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로는 도저히 미국의 IBM이나 일본의 도요타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게 재무부측의 설명이다.
주력업종 선정에 관한 기준이 아직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나,예컨대 삼성은 전자와 반도체통신,현대는 자동차와 건설등이 되지 않겠느냐는게 재무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또 이번 조치에서 여신관리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업으로 주식분산이 잘 이뤄져 국민적 기업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기업을 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주식의 위장분산에 대한 철저한 규제를 할 수 없는등 기술적 문제가 많은점을 인정하고는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이부분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대상기업을 확정짓겠다는 입장이다.
이런점을 감안할때 현실적으로 해당기업이 없을 수도 있으나 지원이 계속될 경우 이런 기업이 추후 나올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바스킷관리와는 별도로 은행 빚 1천5백억원이상인 49대 계열(1천83개 기업)에 대해서는 주거래은행으로 하여금 부동산 취득 및 기업확장등에 대해 자구노력을 의무화하고 있다.
자구노력이 유상증자 또는 계열내 다른 기업의 처분을 일컫는 것임을 감안할때 부동산취득등의 규제대상 계열수는 현수준인 49대 또는 50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규제대상 선정기준(현행 은행빚 1천5백억원)을 조정,해당 계열숫자는 현수준을 그대로 유지,주거래은행의 관리를 받게될 전망이다.
반면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은 늘리겠다는 방침이며 이에 따른 자구노력 비율은 현행 1백∼6백%에서 하향조정되게 됐다.
이같은 경쟁력제고를 위한 여신관리제도의 대폭 개편에도 불구하고 당초 정부의도대로 효과가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개발경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내내 소외돼온 중소기업들은 이번 조치에서도 해당이 안돼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부작용이 심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력업종에 대한 지원강화가 산업정책적인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수는 있지만 비주력업종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 것인가가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현행 여신관리체제에서는 제2금융권의 여신관리가 허점을 보이고 있는데다 은행여신중에서 아예 관리대상에서 빠지는 한도관리제외 대출이 적지않다는 문제점이 여러차례 지적됐는데도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은채 「일방적 완화」만 한 것은 자칫 여신관리의 포기를 의미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재무부관계자도 『국내기업을 세계적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여신관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이번 개편이 여신관리제도 철폐의 중간단계임을 시사했다.
결국 국내기업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자구노력이 요체이지 결코 정부의 자금지원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같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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