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과 집단안보 맞교환 북핵 해결에 좋은 선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경험이 있는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

18일 방한을 앞둔 빅토르 유셴코(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궁에서 본지와 단독 회견을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중재 역할을 맡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유셴코 대통령은 18~20일 한국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인들과도 폭넓은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집단안전보장을 자체 보유 핵무기와 맞교환한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방식은 핵 협상의 훌륭한 선례"라며 "우크라이나의 경험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셴코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자국의 핵 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1991년 소련 붕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94~96년 미국.러시아.영국으로부터 집단안전보장을 약속받고, 미국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소련에서 물려받은 1800여 개의 핵탄두와 70여 기의 핵미사일을 러시아로 완전히 넘겨 폐기하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사례는 '보상 대 폐기' 원칙에 기초한 가장 성공적 핵 폐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은 한국.우크라이나 협력 전망에 대해 "우리나라가 전통적으로 강한 항공우주 분야와 한국이 앞서가는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련 시절부터 뛰어난 항공우주 기술을 발전시켜 온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이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은 10월 임채정 국회의장이 키예프 방문 당시 제기한 우크라이나 거주 무국적 고려인(옛 소련 지역 거주 한인 동포)의 국적 취득 문제와 관련,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2000~3000명의 고려인이 무국적 상태로 교육.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은 자신이 취임한 뒤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친서방 정책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은 우크라이나의 국가 전략 목표"라며 "외부(러시아를 염두에 둔 듯)의 협박과 압력이 있더라도 줄기차게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예프=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