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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낸 비틀스 제5의 멤버 조지 마틴 경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나이가 80인 제작자 조지 마틴 경(일명 ‘비틀스의 다섯째 멤버’)은 남이야 뭐라든 개의치 않는다. 반세기 가까운 연예계 생활에 700개 이상의 음반을 제작했고, 스팅·셰어·엘튼 존·스탄 게츠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 일했다. EMI 산하 팔로폰 레코드 사장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다른 음반사가 모두 퇴짜놓은 비틀스와 1962년 계약을 맺었다.

첫 싱글(‘Love Me Do’)로부터 마지막 앨범(‘Abbey Road’)에 이르는 비틀스의 모든 음반을 만들었다. 그래미상을 다섯 차례 받은 그가 11월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예를 본인은 “시신 방부처리”에 비유했다. 아들 자일스(37)에게서 약간보다는 더 많은 도움을 얻어 만든 최근 앨범은 비틀스의 히트곡을 격렬하게 리믹스한 곡들로 평이 엇갈렸다.

새 앨범 ‘Love’는 ‘Lady Madonna’와 ‘Strawberry Fields Forever’ 등의 노래를 새로 해석했다. 예컨대 ‘Strawberry ~’는 존 레넌의 어쿠스틱 기타 데모로 시작해 드럼·현·트럼펫·노래샘플의 만화경으로 발전한다. 뉴스위크의 제시카 오 기자가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마틴을 만났다.

비틀스의 음악이 늘 살아있는 이유는?

비틀스의 네 멤버는 카리스마와 개성이 대단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계약했다. 음악이 좋아서 계약하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노래를 더 만들라고 권유했다. 먼저 만든 곡에 단지 장식만 덧붙여 가져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이제 200~300개 사이의 위대한 곡이 유산으로 남았다. 이 곡들의 생명은 영원하다.

비틀스 팬들은 비틀스 음악의 이번 재작업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또다시 비틀스 음악에 깊이 개입하게 될 줄은 몰랐다. “태양의 서커스단”용으로 한 시간 반 동안 비틀스 노래만 나오는 음반 편집을 주문받았다. 자일스와 함께 2년 동안 이 앨범을 만들면서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팬들은 설령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여전히 옛 음반이 있다. 요코·폴·올리비아·링고가 응원해줘서 힘이 됐다. 하던 일을 계속해도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이 죽지 않았다면 이 앨범을 마음에 들어했으리라고 생각한다. 틀림없다.

음악산업은 비틀스 이후 좋아졌나, 나빠졌나?

내가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음반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할리우드 비슷한 존재가 됐다. 영국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그러나 재미는 좀 떨어졌다. 너무 기업적으로 바뀌었다. 50년대와 60년대 팔로폰 레코드의 사장으로 일할 땐 내 마음대로 했다. 그룹과 계약을 체결하고 음반을 만들 때 열다섯 명의 A&R(아티스트&레퍼토리) 위원들 앞에 나가 사업을 진행해도 좋은지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그냥 진행했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런 권한이 없다.

비틀스 홍보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마이스페이스에 페이지를 만드나?

천만의 말씀! 큰 기구가 홍보를 떠맡았다. 지금 EMI에서 대대적 홍보를 벌인다. EMI의 현 앨범 홍보전략이 절대적으로 옳다. 기자들은 실제 제작을 맡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니까 말이다. 요즘은 다뤄야 할 매체의 측면이 너무 많기 때문에 홍보가 절대로 필요하다. 사람들이 들어보고 사기도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면 더 많이 팔린다. 난 마케팅에는 무용지물이다.

기술이 음악의 제작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40년 전 같으면 이런 프로젝트가 불가능했다. 전에는 면도칼을 들고 단지 감으로 테이프 조각 작업을 했다. 요즘은 음악을 반죽처럼 주물러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디지털 형태로 소리를 조작하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스위치만 누르면 원하는 음향효과를 얻으니 일이 쉽다. 그러나 기술은 인간적 요소를 앗아갔고, 그것은 새 음악 창조에 도움이 안 된다. 베이스라인을 깔고 그 위에 약간의 장식음을 덧붙이는 일이 옛날 같지 않다. 나도 해봤지만 그런 식으로는 곤란하다고 본다. 옛날에는 엄격했다. 각 트랙을 밴드가 라디오 생방송처럼 전부 연주했다. 음악에 좀 더 집중적으로 몰입했다.

‘Love’가 출시되는 날 그룹 오아시스도 ‘히트곡 모음집’ 앨범을 냈다. 오아시스의 기타리스트 겸 송라이터인 노엘 갤러거는 자신들이 비틀스보다 위대하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갤러거 형제는 재능이 뛰어나다. 그러나 비틀스를 이용하려고 너무 흉내 냈다. 매우 훌륭한 그룹임에는 틀림없지만 비틀스만큼은 아니다.

007시리즈 ‘죽느냐 사느냐’의 영화음악을 작곡해 그래미상을 받았다. 새 제임스 본드가 된 대니얼 크레이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첫 인상은 내가 생각하는 제임스 본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음악을 담당한 데이비드 아널드를 잘 알기 때문에 영화는 보고 싶다. 평론가들 말로는 크레이그가 진짜 터프 가이이며 본드의 새로운 면목을 선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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