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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와 맹호(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군의료진 파견에 이어 다시 공군수송단을 파견하게 됨으로써 이젠 우리도 걸프전에 꽤 깊숙히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비록 전투병력은 아니지만 국군이 해외의 전쟁지역에 파견되는 것은 우리 역사상 월남전에 이어 두번째 일이라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월남전파병도 처음에는 1개 중대의 이동외과 병원과 10명의 태권도 교관등 비전투요원의 파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이 건설지원단(비둘기부대),해군수송단(백구부대),군사기술 및 의료지원 보강병력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월남사태가 계속 악화되자 미국은 비전투부대파견에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인 전투부대 참전을 끈질기게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 전투부대 파병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갈린 당시의 국론은 어떠했던가.
찬성쪽의 주장은 우선 △6·25에 참전했던 미국에 대한 부채를 갚아야 하고 △대공전에 참가하는 것은 반공국가의 당연한 의무며 △미국이 보상하는 경제적 실리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이른바 「제2전선론」도 한몫을 했다. 월남이 공산화되면 우리의 안보도 위협을 받는다는 논리다.
반대쪽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월남전파병이 국민의 여론을 외면하고 베일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참전은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어 자칫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우려가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의 자체국방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논란속에서 결국 비둘기→백구에 이어 청룡→맹호 등으로 이어진 전투부대 파견이 월남전파병의 수순이었다.
월남전에는 약 5만명의 병력을 보내 막대한 전과를 올렸으나 사망 3천,부상 8천명의 손실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월남전을 통해 국군의 장비현대화와 함께 이른바 「월남특수」로 인해 침체했던 국가경제에 커다란 활력을 불러넣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걸프전의 양상은 다르다. 우선 전비의 상당부분을 우리가 부담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미국이 한국의 참전을 내놓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걸프전 파병여부는 국가의 손익계산서를 따지는데 있어 월남전보다 훨씬 어려운 고도의 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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