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입시,자율 내세울때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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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적 경악과 분노를 몰고 왔던 예능계 입시부정사건을 계기로 해서 두가지 개선안이 점차 큰 흐름으로 잡혀지고 있다.
그 첫째 흐름이 연주·실기위주의 예능계 대학은 특수학교 또는 별도 학원으로 설치하자는 장기적 개혁안이고 또 하나는 단기적 개선안으로 예능계 대입 실기고사를 대학의 자율에 일임하자는 흐름이다.
이미 우리는 본란을 통해서 거듭 강조했듯이 예능계 입시부정은 어쩌다 일어난 돌출사고가 아니라 예능교육의 구조적 모순에서 생겨난 만성적 부조리의 표출이라고 보기 때문에 컨서버토리(학원)형태의 예능교육을 위한 제도개선을 제시했던 것이다.
다행히 교육부가 특수학교 형태의 예능교육을 장기적 개선책으로 밝힌 바 있고 서울대 또한 독자적 개혁안으로 음악·미술대학의 독립과 함께 이론분야학과의 인문대 편입이라는 구체적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예능교육의 이러한 전면적 제도개선은 해방후부터 지금까지 잘못된 예능교육의 구조와 방향을 새롭게 고쳐 나간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의 추이라고 보고 그 개혁의 방향이 바로 잡혀가는데 큰 기대를 걸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예능교육의 방향전환은 돈으로 재능을 사는 오늘의 예술문화 풍토를 쇄신하는 새로운 풍토진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두번째 흐름인 예체능 입시의 대학 자율에 의한 독자관리라는 개선안은 단기적 부정예방책으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서울대 쪽에서 본다면 이번 입시부정사건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 서울대학교생을 선발하는 자리에 타대학교수와 강사들이 몰려와 부정을 일삼고는 여론의 화살은 『서울대마저 저꼴이냐!』는 지탄을 받게 되었으니 분명 억울한 일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번 입시부정은 특정 몇몇 대학에만 국한된 부정이 아니라 모든 예능계 대학에서 생겨날 소지가 있었다고 보기 때문에 일시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대학의 자율을 내세워 혼자만 독자관리를 주장한다는 것은 결코 여론의 편에 설 수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이번 입시부정사건은 입시관리의 자율과 타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예능계교육 전반에 걸친 모순과 부조리에서 생겨난 사건이라고 본다면,검찰수사의 대상이 아닌 특정한 대학교수라해서 독야청청식의 의로움을 내세울 수 없게 되어 있다.
대학의 자율이란 대학의 권위과 교수의 학자적 양식이라는 전제위에서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덕목이다. 스스로 대학의 권위를 파괴하고 학자적 양심을 몇푼의 돈에 팔아 넘긴 예능계 교수가 있었다면 그것은 예능계 전체의 부끄러움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공동의 자정운동으로 대처해야 할 일이다.
대학의 자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그 자율을 스스로 훼손한 형편에서 부정입시의 예방책으로 자율을 거론한다는 것은 실로 앞뒤가 뒤바뀐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경과조처로서 실시될 예체능입시관리도 무작정 대학의 자율에 일임하기 보다는 우선 교육부가 제시한 4개 개선안을 중심으로 해서 보완·강화·확대하는 여러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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