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신호 켜진 올 경제전망(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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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두 허리띠 졸라매 어려움 극복을
새해 첫 한달간의 경제운용 실적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에 접하면서 우리는 우리 경제가 처한 난국의 실상을 다시 한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달간 물가상승속도가 연율로 25%에 달하고 통관기준 무역수지적자폭이 월간통계로는 사상 유례가 없는 17억달러에 달했다는 사실은 올해 경제가 어려우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그 나름의 각오를 다져온 입장에서 보더라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우리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준 내수경기도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욱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이같은 어려운 국면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다소라도 호전될 전망마저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한달간의 급격한 경제악화가 걸프전쟁으로 인해 가중된 측면이 크고 따라서 전쟁종료와 함께 모든 사정이 호전될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없지 않다.
실제로 이 전쟁이 우리의 기대대로 단기간에 끝난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부담이 크게 감소하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걸프전쟁에 경제악화의 책임을 돌리고 전쟁종료에 모든 희망을 거는 것과 같은 무책임하고 안이한 자세는 경계해야 한다.
걸프전쟁이 사태악화를 가속화시키고 앞으로도 우리 경제에 주요변수로 작용할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원인은 전쟁의 향방과 관계없는 우리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과 국제경제질서의 재편이라는 보다 근원적인 곳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가만해도 임금인상·집세 상승등 요인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눌러온 공공요금이나 개인서비스요금이 누적된 인상요인을 흡수하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조정이 안된 분야의 요금현실화가 잇따를 전망이고 그 위에 그동안의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추가 임금인상으로 보상받으려는 근로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자칫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제수지도 단기간내에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처해야 할 정책당국의 세련되지 못한 관리능력과 뇌물성 외유·예능계 입학부정등으로 대표되는 계층간의 불신과 갈등구조의 심화등이 위기국면의 치유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미 여러번 강조했듯이 우리는 지금 우리경제가 드러내고 있는 여러 위기적 증후들이 단기적이고 대응요법적인 처방으로는 결코 치유되기 어렵다고 본다.
오랜기간의 고통과 인내,그리고 우리경제를 다시 안정과 성장의 궤도에 올려 놓겠다는 끈질긴 국민적 의지의 결집만이 사태를 호전시킬 열쇠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정부·기업·근로자·가계등 모든 부문이 공동체의식아래 똘똘 뭉쳐 고통을 분담하고 욕구를 자제하며 지혜를 모으는 자세의 정립이 필요하다.
모든 일을 새로 시작하는 각오와 결의로 단합한다면 걸프전쟁이 최악의 사태로 치닫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나 그렇지 못할때 객관적 여건이 아무리 좋아지더라도 재도약의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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