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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제언|돈이 오가는 화투노름 삼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지금 우리 나라엔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화투바람이 불고 있다.
배운 사람, 안 배운 사람,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빈부귀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나길 정도로 화투노름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때로는 시비가 일어 고함을 치며 멱살잡이를 하는 고약한 추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영국이나 일본의 열차를 타 보면 승객들 대부분이 책을 읽고 있어 마치 이동도서관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선진국들에 비해 가뜩이나 독서량이 부족한 한국인들은 손에 책을 드는 대신 화투장을 잡는데 너무도 열성적이다. 출렁이는 수면에 달이 비칠 수 없듯이 사람 역시 고요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면 정확한 판단력과 올바른 사고력을 키울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현금이 놨다 갔다 하는 투기성 화투노름에 빠져들면 먹느냐 먹히느냐의 동물적 소유욕만 강해질 뿐, 인간 고유의 이성은 점차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딴 자는 우울한 승리감에 자만하게 되고, 반면 돈을 잃은 자는 상대방에게 공연한 적개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겐 민족이나 나라 일을 생각할 겨를이 있을 리 없다.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의 인격이 이렇게 저하된다면 조국의 진로를 생각하는 국민적 비전이 형성되지 못하므로 국가의 장래가 염려될 수밖에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나름대로 사행심을 부추기는 도박성 노름이 있지만 한국처럼 쉽고 간편한 즉석 화투판이 벌어지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수천년간 이웃끼리 품앗이 농사를 지으며 상부상조의 공동체적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은 남의 돈을 따먹는 도박성 노름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었고 평소엔 내기바둑이나 내기장기, 그리고 설날이나 명절때는 여러 사람이 술추렴을 하기 위한 윷놀이 정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일제가 퍼뜨린 화투노름이 정착하면서부터 소박한 한국인의 심성이 거칠어졌고 애국심마저 없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민족성 회복과 미래지향적인 창조적 삶을 위해서도 망국적인 화투노름을 뿌리 뽑는데 전 국민이 앞장서야 한다. 조활<서울 서대문구 연희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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