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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수산업 “즐거운 비명”/전쟁 득보는 사람들도 많다(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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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첨단무기 세계 각국 주문 쇄도/관련업체 주가 10∼30%씩 껑충/「반짝 호황」이라는 전망도
걸프전쟁이 6개월정도 계속될 경우 미국의 수요를 확대,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을 0.5% 증가시키는 등 특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29일 일본의 권위있는 정보분석단체 노무라(야촌)연구소가 밝혔다.
이같은 미국의 GNP 증가는 일본의 대미 수출증가를 유발,일본의 경제성장률도 0.1%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이 연구소는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등 외국의 분석·전망이 아니더라도 살상과 엄청난 전비를 수반하는 걸프전쟁으로 득을 보는 국민들이 적지않다. 요새 부쩍 활기를 찾고 있는 미 군수산업계도 그중 하나다.
17일 새벽 이라크 전역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공격했던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F­117 스텔스전폭기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을 무력화한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각종 전파교란장치와 정보수집장치 등 첨단기술이 총동원된 무기들이 최초로 본격 전쟁에 투입돼 그 성능을 입증함으로써 이들 무기에 대한 세계 각국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미국 주요 무기산업체들의 주가가 전쟁 발발직후 1주일사이 10∼30%씩 뛰어오르는 등 이들 산업체들에 대한 주식투자가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걸프전쟁의 총아로 등장한 패트리어트미사일 생산업체 레이시언사는 전쟁발발 직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8∼20기를 주문받았으며 터키·영국·한국 등도 구입의사를 밝혀 「특수」를 맞고 있다.
그밖에 미군 주력기인 F­15 이글기를 생산하는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 직후인 지난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가 24대를 주문,재고를 모두 처분함으로써 당초 92년까지로 되어 있던 생산기한을 1년정도 연장할 수 있게 되었고 아파치 헬리콥터 생산기한도 93년에서 96년까지 3년정도 연장하게 됐다.
더욱이 CNN등 TV가 걸프전쟁 보도를 통해 이들 무기의 성능을 생생히 소개해 각종 무기들은 새로운 판로를 얻게될 전망이다.
그동안 냉전종식과 미국 재정적자로 군축에 대한 여론의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미 국방예산의 삭감을 주도해왔던 샘넌 미 상원군사위원장은 전쟁발발 직후 『우리의 인명을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훌륭한 전과를 거두고 있는 값비싼 무기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군수업체의 사기를 북돋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의회의 군사예산 삭감압력에 주눅이 들어 값비싼 F­17 스텔스기 구입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던 미 국방부도 대당 1억6백만달러씩 모두 59대 63억달러어치를 구입했다고 공개하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험과정에서 각종 사고를 내 「매우 값비싼 멍청이」란 불명예를 안았던 이들 첨단무기들이 이번 전쟁으로 단숨에 명예를 회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과 달리 비관적 견해도 없지않다.
냉전종식의 분위기는 그동안 「냉전」에 힘입어 각국이 적극적으로 군비확장을 추구해오던 시대에 비추어 볼때 군수산업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에 시달려온 미국 정부의 국방예산은 90 회계연도 3천30억달러 규모에서 94년까지 2천2백억달러로 국민총생산(GNP) 6%에서 4%로 감축될 예정이다.
또 국방비를 환경오염등 인류에 대한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는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의 변화」도 미 군수산업체에는 부정적 요소로 계속 남아 있다.
따라서 걸프전쟁에 힘입은 군수산업 「특수」는 군수산업 전반의 쇠퇴를 다소 지연시킬 뿐인 「반짝 호황」이 되리라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주장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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