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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워진 헌혈, 혈액 부족사태에 한몫"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또 다시 재고 혈액이 부족하다며 헌혈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적혈구제제는 약 1.5일(적정재고량 7일분), 혈소판제제는 1.5일(적정재고량 3일) 미만의 재고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O형.A형 등의 혈액형의 경우는 혈액부족이 더욱 심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혈액요청량에 비해 혈액공급이 부족해 일부에선 수술이 지연되거나 대량출혈 응급환자 진료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환자가 헌혈자를 구해오는 지정헌혈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란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이같은 혈액부족사태는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그 중에서도 말라리아 채혈금지 기간 확대 등 안전성 강화와 함께 잇따른 혈액안전사고로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복지부는 발표에서 이번 혈액부족상황에 대해 "혈액량 확보에 정상궤도을 이끌 여름 방학시기에 태풍, 추석연휴, 폭염, 적십자 노조원 쟁위투쟁 말라리아채혈금지지역확대 등으로 인해 헌혈량 정상확보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혈액공급부족의 원인으로 자연재해, 안전성강화책, 사회적 문제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

우선 정부가 그동안 안전성강화를 위해 대한적십자가 관리하던 말라리아 채혈금지제한기준을 올 8월부터 질병관리본부의 방역목적으로 지정된 말라리아관리지역 기준을 전환하면서 군부대가 밀집한 강원도, 경기도등에서 채혈이 어려워졌다.

적용기준이 엄격해짐에 따라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원이 제한된 셈이다.

보건복지부 혈액장기팀 관계자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의 혈액관리위원회의 결정으로 말라리아지역채혈금지를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말라리아위험지역으로 지정됐던 지역에서 채혈한 혈액은 냉장에서 15일 보관 후 사용되기 때문에 안전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말라리아 수혈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채혈금지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헌혈 받지 말라고 했다가, 다시 헌혈 받아야겠다는 식의 고무줄 행정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헌혈에 있어 군부대가 일등공신이 됐지만 그렇다고 말라리아 채혈금지지역인 서울 강원도에서 공급하는 혈액량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만큼은 부족사태가 여타 원인들과 겹쳐 주요 원인으로 크게 부각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는 헌혈공급원을 개인으로 맞추고 지난 5월 "등록헌혈제"를 실시해 추진해 온 이래 지금까지 60만 명이 고정 혈액공급원으로 등록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의 헌혈공급원이 학교나 군부대에 치중함에 따라 이들의 헌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국가차원의 공급문제가 쉽게 붉어져 나온다는 지적 때문이다.

문제는 등록헌혈제가 단체보다는 개별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약물복용여부확인 강화를 위해 문진내역이 많아진 결과로 기존 21%의 부적격자가 25 ̄26%까지 증가됐다"며 "이러한 5%의 감소는 실제 헌헐량에서는 상당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헌혈정책관리 관계자는 "안전을 높이다 보면 수급량이 떨어지고, 반대로 수급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혈액성분 확보가 먼저인지, 수급량 확보가 먼저인지 선택의 여지없이 수급량과 안전성 모두를 끌고 가야 하는 게 현 우리나라의 헌혈정책의 현주소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누구의 잘잘 못을 따지기 이전에 헌혈을 국가정책 관리구조의 과실로만 치부해 버리는 언론과 국민의식 계몽도 필요하지만, 이번처럼 헌혈부족을 시인하고 국민의 동참을 호소하는 등의 노력을 기하는 등의 국가차원에서 투명한 혈액관리정책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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