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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쿠웨이트」 장래 정체 논의 한창(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왕정복고냐 민주공화제냐/국왕 중심 세력과 반왕정세력 대립
걸프전쟁이 다국적군의 전면지상군 공격단계로 접어들면서 「해방 쿠웨이트」의 장래를 위한 준비와 논의가 한창이다.
신 쿠웨이트 건설 주체는 지난해 8월2일 이라크군의 쿠웨이트침공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알 사바 쿠웨이트국왕을 주축으로한 망명정부다.
알 사바 국왕은 다국적군의 도움으로 쿠웨이트가 수복될 경우 「당연히」 사바 왕가가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쿠웨이트의 반왕정세력과 쿠웨이트 잔류 세력이 알사바 국왕의 자연스런 복귀에 반대하고 있어 해방 후의 쿠웨이트 장래는 정치적으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알 사바 국왕은 망명정부의 2조8천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해외투자를 재원으로해 지난 6개월간 꾸준히 왕정복고를 준비해 왔다.
알 사바 국왕은 망명정부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긴 쿠웨이트군을 이번 걸프전쟁에 참가시킴으로써 다국적군의 일원임을 강조하고 조국해방시 정부와 군대의 「당연한」권리회복을 노리고 있다.
망명정부는 또 사우디 외에서 쿠웨이트망명군을 계속 강훈련시키고 있으며 쿠웨이트진격시 선공부대로 참가할 계획이다.
망명쿠웨이트군대는 사우디로 피신한 1백여기의 전투폭격기와 다수의 스카이호크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으며 소수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다.
망명정부는 또 사우디에서 망명전 다수의 각료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정권회복을 모색하면서 새 쿠웨이트의 정책방향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망명정부는 또 미국 워싱턴에 1백여명에 달하는 전 쿠웨이트 정부관리들로 구성된 조국해방기구를 운용,미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알 사바 국왕의 「전왕정의 무사복귀」계획에도 불구하고 기존 반왕정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수복되는 새 쿠웨이트는 과감하게 민주공화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왕정세력은 좌경 아랍민족운동 그룹을 이끄는 아흐메드 하티브가 주축이 되고 있다.
­하티브는 아랍세계의 해방운동과 연계를 맺고 있다.
또 다른 주요세력은 선의사회(자미아트 이슬라)그룹이다.
하티브 및 자미아트 이술라등 반왕정그룹은 새 쿠웨이트는 당연히 민주공화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새 쿠웨이트는 새 인물로 새 제도에 따른 새 정부가 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알 사바 국왕의 현 망명정부는 국가패망의 원인이 됐던 구 왕정의 인물로 구성된 구시대의 「제거돼야할 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쿠웨이트는 영원히 민주주의를 성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알 사바 국왕의 망명정부나 하티브등 반왕정 망명세력의 주장과는 달리 쿠웨이트에 잔류하면서 점령군 이라크군과 싸우고 있는 「국내파인사」들은 또 다른 견해를 갖고 있고 쿠웨이트 수복시 이들의 주장은 「망명계」들의 주장을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새 쿠웨이트의 형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자 알 사바 국왕의 망명정부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한 바가 없다.
현재는 어떤 변화모색도 국토수복에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중에 말을 갈아탈 수 없다』고 설명,국가수복전 내분의 심각성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쿠웨이트가 해방되더라도 새 쿠웨이트의 장래는 정치혼란등으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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