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고입 신입생 배정 또『8학군 진통』예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시교위가 지난D19일 91학년도 후기 주간 고(인문계고교)합격자 발표를 마치고 고교배정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고교신임 생을 둔 많은 학부모들이 초조하게 배정결과(2월2일 오전11시 발표예정)를 기다리고있다.
고교평준화정책이 시행 18년째에 접어든 마당에 어느 학교에 배정된들 별 차이가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좀더 가깝고, 좀더 시설 좋고, 좀더 대학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배정됐으면 하는 욕심을 갖고있다.
특히 8학군지역 학부모들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교육 특구」에 살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녀를 타 학군 학교로 보내는「불운」(?)의 주인공이 되지나 않을까 근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내달 2일에 발표>
고교 배정은 어떤 원칙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안고있는지 알아본다.
◇학군 및 배정=서울시내는 모두 9개의 학군으로 나뉜다. 1학군은 도봉구·노원구 일부·성북구 종로구일부, 2학군은 노원구 일부·중랑구·동대문구, 3학군은 성동구·중구,4학군은 용산구,5학군은 마포구·서대문구일부·종로구일부로 구성된다.
또 6학군은 은평구·서대문구일부·종로구일부,7학군은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구로구,8학군은 서초구일부·강남구·송파구·강동구,9학군은 서초구일부·동작구·관악구로 되어있다.
이 학군은 행정구역 경계선과는 관계없이 지역 내 인구와 학교 수, 그리고 통학편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시교위가 실정해놓은 것이다.
서울시교위는 이 학군을 바탕으로 몇 가지 배정원칙을 세워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컴퓨터 배정작업에 들어가며 법조인·대학교수·학부모대표 등 7O여명으로 구성된 추첨관리위원회가 이 과정을 감독한다. 이때에는 학군별 입학정원과 입학대상자 숫자와 입학대상자 개개인의 선발고사 성적·집 주소, 그리고 서울시내 모든 버스·지하철노선이 기초자료로 제공돼 컴퓨터에 입력된다.
배정원칙은 ▲학생들의 통학편의를 최우선 고려한다 ▲가능한 한 학군 내 고교에 배정하되 학생이 넘칠 때는 통학이 편리한 타 학군에 배정한다 ▲동일 학군 내에서는 선발고사 성적을 상·중·하 3등급으로 나누어 각 학교에 골고루 배정한다 ▲타 학군 배정 때는 교통난을 고려해 릴레이식으로 이동 배정한다는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있다.

<통학편의 최우선>
이에 따라 선발고사성적 우수자가 몰려있는 지역의 학생들은 집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있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학생이 밀집되어있는 학군에 거주하거나 학군 경계선 가까운 곳에 살고있는 학생이 타 학군에 배정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학군별 학교와 학생의 수급상황을 보면 남자는 동고서저, 여자는 남고북저의 양상을 띠고 있다. 즉 남자는 동쪽지역이 학생은 많은 반면 학교는 적고, 여자는 남쪽지역이 이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남학생의 경우 7학군의 일부학생이 5학군으로 밀리면 다시 5학군의 일부학생이 1학군으로 밀리게되며, 여학생의 경우 8,9학군→3,4학군→1학군 식의 릴레이 이동현상이 빚어지게 된다.
◇8학군=현행 제도에 의해 학생을 배정할 때 가장 골치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 바로 8학군이다.
전통적 명문고와 신흥 명문고가 밀집되어있는 이 지역은 수용정원은 제한적인 반면 전입자는 해마다 급증하고있어 앞에서 언급한 배정원칙에 따라 학생을 배정할 수 없는 형편이다.
시교위는 이에 따라 8,9학군의 일부를 차지하고있는 강남·서초구를「거주기간 적용지역」으로 설정, 수용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을 거주기간이 짧은 순으로 갈라 타 학군으로 배정하고있다.
따라서 이 지역이야말로「진짜 8학군」이라 할 수 있다.

<타 학군 배정 늘어>
지난해의 경우 이 지역에서 타 학군으로 배정된 학생 수는 남자9백87명, 여자1천39명이었으며 거주기간 커트라인(?)은 고입공고일(보통 10월 중순)을 기준으로 남자28개월3일, 여자31개월26일이었다. 올해는 타 학군 배정학생수가 지난해에 비해 남녀 합해 1천명이상 늘어나고 거주기간도 4O여 개월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의 비싼 땅값 등으로 인해 학교신설이 없었고 개교예정이었던 1개학교가 실업계로 전환됐으며 학급당 정원감축(54명→52명)이 실시됨에 따라 심각한 공급부족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거주기간 적용기준은「이 지역에 전입한 이후 계속 살고 있는 기간」이기 때문에 이 지역 내에서는 수십 번 이사를 하더라도 상관이 없다. 또 부모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사를 하고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학생이 전학을 하지 않으면 계속 거주한 것으로 간주한다.
거주기간적용에 따라 타 학군으로 밀려난 학생들에게는 재배정의 기회가 주어진다. 1학기초 해당학교별로 실시되는 재 배정 희망자조사에서 원래 학군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면 이 지역 학교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거주기간 순에 따라 전학을 시켜주는 것이다. 재 배정 절차를 통해 원 학군으로 복귀하는 학생 수는 한달 평균 20명 내외다.
◇문제점 및 대책=지나친 8학군 선호현상으로 인해 지역주민들간에, 교사들간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이 지역 아파트값이 턱없이 뛰어오르는 등 각종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또 명문교 주변으로의 위장전입사태가 빚어지고 3,4,7학군지역 학교들이 때가 되면 8학군으로 돌아가는「철새 학생들」 때문에 수업분위기를 망치는 등 교육의 황폐화현상도 나타난다.
8학군소재 학교에 다니는 것이 과연 대학진학에 유리한지여부는 신뢰성 있는 조사자료가 없어 한마디로 잘라말 할 수는 없다. 다만 8학군 일부학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

<주민끼리 위화감>
시교위는 현행 학군제가 안고있는 문제점(특히 8학군 병)을 개선키위해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에 연구용역을 의뢰, ▲단일학군제 ▲5개 광역학군제 ▲혼합학군제 등 3개 시안을 마련했으나 공청회·모의배정·여론수렴 등을 거친 끝에 모두 시행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따라서 고교평준화체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현행학군제는 부분적인 수정·보완을 거듭하며 상당기간 계속 시행될 전망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교육정책의 수립·시행엘리트와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대부분이 8학군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8학군 병이 쉽게 치유되겠느냐』고 되묻고 이미 자리잡고있는 명문 고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만큼 8학군이외지역 학교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선택적 지원·육성책에 행정력을 모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