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외유」파문 조기진화 안간힘/여야 대응과 정부·검찰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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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수사과정 보면서 우선 자정노력/정부 강경… 검찰 「뜨거운 감자」될까 우려
여야 수뇌부는 국회상공위 의원들의 뇌물성 외유파문이 계속 확대될 경우 정치권의 불신은 물론 국회존립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23일에 이어 24일 긴급 당정협의·의총 등을 열고 사건의 조기수습을 위해 당차원에서 강도높은 조치와 자정노력을 벌이기로 해 사태의 처리방향이 크게 주목된다.
○…사건이 처음 터진후 우물쭈물 미온적 자세를 취하던 민자당은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검찰쪽의 조사내용과 정부측 분위기를 보며 잇따라 대책회의를 가졌다. 24일 긴급 당3역회의에 이어 김영삼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 간담회는 자당소속 박진구의원의 검찰출두등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토록 하며 검찰수사결과 범죄행위가 드러나면 당적제명등 강경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소식통은 『불신의 단계를 넘어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치권의 함몰을 막기 위해 썩은 곳을 과감히 도려내는 한편 사회각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게 정부·여당수뇌부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김종필 최고위원이 24일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단독회동을 하며 25일에는 김영삼 대표최고위원도 주례정기 청와대 회동을 통해 정부·여당의 입장을 최종확정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민자당의 김윤환 총무와 김동영 정무장관은 23일 오후 정구영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수사과정과 내용을 통보받았는데 이 자리에서 정총장은 이재근 상공위원장과 박진구(민자)·이돈만(평민)의원 등 문제의 세 의원이 자동차협회로부터 받은 접대는 명백한 실정법위반의 혐의가 있으며 따라서 의원들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라서는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 의원들이 무역협회 수출특계자금에서 1천5백만원을 받은 것은 법해석상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민자당 지도부가 국민여론을 빨리 파악하지 못하고 강력한 조치를 미루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정치권의 신뢰회복을 위해 의원윤리강령의 제정 및 품위유지 의무조항과 이를 위배했을 경우와 처벌조항 등을 국회법 개정시 반영키로 했다.
24일 세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뇌물성 외유의 악습을 철저히 배격키로 합의한 것도 국민들의 정치권 불신에 대한 자구노력의 일환이다.
○…정부내의 분위기는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해야 한다는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으나 그 방법을 놓고 검찰과 청와대의 시각이 좀 다르다.
청와대나 여권내의 강경파는 차제에 부정의 환부를 도려내야 하며 따라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
이들은 상공위의원 3명에 대한 조치를 늦췄다가는 국회해산론까지 나오는등 엄청난 여론의 역풍이 예상된다고 보고 일단 사건은 상공위에 국한하되 뇌물이 분명하면 모두 구속해야 한다는 것. 이들중에는 구속사유가 드러나면 국회회기중이므로 구속동의안을 국회에 내서라도 집행을 해야한다는 초강경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측은 온건한 입장. 자칫하다간 뇌물수사가 엉뚱하게 정치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는데다 더 큰 문제는 법의 형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상공위원 3명을 구속하게 되면 교육체육위의 6만달러문제도 조사하지 않을 수 없고 그밖에 다른 의원들의 뇌물성 외유에로 사건이 확대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평민당은 의총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는데 총무실등에 모인 평민당 관계자들은 『창피해서 못살겠다』면서도 자신의 외유가 거론·보도되는 것에 전전긍긍.
지난해초 말많은 무협돈으로 소련등지를 여행했다가 시찰단 의원간의 불화로 뿔뿔이 흩어지는 추태를 연출했던 전 상공위의 김봉욱의원은 시찰단 중도해체가 불미스러운 사건때문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경비사용등에 따른 것이라고 극구 해명하는등 구설대상에서 빠지려고 안간힘.
또 지난 4일 국회 비용으로 미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하와이로 잠적해 구설수에 오른 정대철의원도 보도진과의 조우를 걱정한 듯 회의장으로 직행.
평민당측은 이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확대될는지 가늠을 못하고 있는데 24일 검찰에 자진출두시키기로한 이재근·이돈만의원의 출두를 일단 보류해둔 채 여권의 조사방향을 주시하며 대책을 세울 작정이다.<박병석·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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