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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미술 새 장르로 터 잡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자연과 미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이른바「바깥미술」이 미술의 새로운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이 같은 바깥미술운동에 앞장서온「겨울·대성이전」이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대성리 역 뒤편의 북한강가에서 펼쳐진다.
이번의 「91겨울·대성이전」에는 이 전시회사상 가장 많은 1백15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해 겨울강가에서 뜨거운 현장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에게는 강가에 늘어선 나무는 물론, 돌덩이·물 밭·강물·바람 등 자연이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된다.
이 같은 자연물에 작가들의 갖가지 조형물이 설치됨으로써 작품은 새로운 표정과 몸짓으로 태어난다.
이들의 현장작업은 단순한 해프닝, 페스티벌에 그치거나 실험성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자연으로부터 태동한 문학예술을 자각하고「바라보는 자연」이 아닌「느끼고 체험하는 자연」속에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출한다는 뜻을 담고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10년 동안 실험하고 모색했던 작업을 검증, 새로운 미술장르로서 주체적 성격을 확고히 하려는 것이다.
지난81년 이번과 같은 장소에서 처음 열렸던 겨울·대성이전은 젊은 작가 31명이 참여해 실험적이고 이색적인 작업을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이들은 초기에는 서구 모방적인 축제·해프닝 적 경향을 보였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성격이 바로 잡히면서 토속 성이 강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 같은 겨울·대성이전을 시작으로 84년의 비진도 작업, 격포 해안 작업,85년의 공주산성작업,86년의 천마산작업등 여러 전시작업들이 바깥미술을 추구해왔다.
참여작가들은 그들의 바깥미술이 60년대 이후 서구에서 유행한 설치미술·환경미술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예술형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바깥미술에 대한 개념과 성격이 뚜렷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대성이전 운영위원회는 전시회에 앞서 지난8일 경인 미술관에서 세미나를 갖고 이 문제를 토의했다.
이 자리에서「자연을 위한 퍼포먼스론」을 발표한 김렬규 교수(서강대)는『겨울·대성이전은 단순한 자연에의 귀환이 아니라 예술을 테 둘림에서 방생코자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예술의 개방성·연대성을 위해 예술을 해방시키는 작업』으로 보았다.
정준모씨(토탈 미술관 큐레이터)는『이 전시회는 오늘날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포스트 모더니즘이나 탈 장르의 조짐을 이미 10년 전에 보였다』고 지적하고 『이 전시회의 설치 해체 적 요소는 오늘날 탈 장르, 혹은 설치미술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겨울·대성이전이 우선 개념정리가 부족하고 일회적 행사로 그치고 있으며 제작방법 등이 영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전시회 마련에 앞강 서온 운영위원 최강철씨(36·화가)는『올해 상설모임인「바깥 미술 회」를 발족, 창립기념 전을 갖고 바깥미술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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