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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음악회」가 넘친다|무분별 행사"한국창작곡 홀대"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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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모차르트 음악이 끼어있지 않은 연주회가 올해의 화제음악회』라 할 만큼 모차르트 사후 2백년을 맞은 올해는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기획된 음악회가 줄을 잇고 있다.
예술의 전당과 부천시립교향악단이 9회에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연주시리즈를 모차르트 생일인 27일부터 시작하며 예음은 2월22일부터 12월까지 12회에 걸쳐 모차르트 바이얼린 소나타 45곡 전곡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2월4일부터 「위대한 모차르트」시리즈를 8회 마련하며 서울 심퍼니는 3월21∼24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마임오페라 형태로 공연한다.
국립합창단은 12월4일과 5일(모차르트 사망일)모차르트의『레퀴엠』전곡무대를 꾸미고 국립오페라단은 5월22∼27일 모차르트의 오페라『돈 조바니』를 한국어로 공연할 예정. KBS교향악단은7월 정기연주회를 모차르트 특집으로 기획했으며, 오세아니아 주에서는 처음 한국에 오는 퀸스랜드 교향악단도 7월중 모차르트 축제를 펼친다.
솔리스트들도 4월초 김남윤(바이얼린)·이궐숙(피아노)·곽신형(소프라노)·김대원(플루트)씨 등이 「모차르트 서거 2백주년 기념 협주곡의 밤」을 열며, 신수정·이학숙씨는 10월 달 모차르트 피아노2중주곡을 연주한다.
실내악단인 예음 클럽은 올해 연주회를 거의 모차르트 작품 중심으로 꾸미며 바로크앙상블은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자씨와 재독 바리톤 강범훈씨를 초청,10월과 11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의 밤과 오페라 아리아의 방을 열 계획.
이밖에도 전국 각지에서 크고작은 모차르트 추모음악회가 기획되고 있어 올 한해동안 사흘에 한번 꼴인 1백여 회의 모차르트 음악연주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갈츠부르크에서 25일 모차르트 재단이 모차르테움 대강당에서 모차르트 실내악연주를 시작으로 1년 내내 연주회·강연회·전시회·세 미나 등으로 모차르트 2백 주기를 추모하고, 미국 링컨센터는 모차르트가 남긴 8백35개 작품을 모두 연주하는 한편 심포지엄·강연회·악보전시회·영화상영·발레공연을 갖는 등 대대적인 행사들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주옥같은 명곡들을 수없이 남긴 이 천재적 작곡가가 하이든과 함께 고전파음악양식을 확립시킨 공로는 높이 살만하더라도 외곡, 특히 서양인들이 열광적으로 기린다고 해서 한국음악인들까지 너나없이 1년 내내 모차르트 음악만 연주하다시피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작곡가 김규현씨는『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2백 주기」라는 숫자개념 때문에 무슨 행사라도 치르듯 무작정 모차르트 음악을 연주하기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그 음악을 우리가 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따져보고 또 국내외 한국작곡가들의 좋은 창작곡에 대해서도 좀더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악학자 노동은 교수(목원대)는『우리가 서양음악을 익혀온 결과를 정리하면서 연주가의 전문성을 높이고 서양음악분야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 그러나 이 같은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을 따져보지 않고 그저 덩달아 연주한다면 서구음악이 압도적인 한국음악계에 서구음악 콤플렉스만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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