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만하면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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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금융회사 직원들이 여러 부서를 옮겨다니는 '메뚜기 근무' 관행 탓에 전문성을 쌓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연구원 산하 금융인력네트워크센터는 6일 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자산운용.선물회사 등 6개 업종에서 120개 금융회사의 직원 12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력실태 조사 결과 이같이 지적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현재 직무에서 3년 넘게 일한 사람이 전체의 23%에 그쳤다. 일을 배울 만하면 다른 부서에 보내는 '뺑뺑이 인사'가 잦아 특정 업무의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외국계 금융회사(40개사, 4697명)에선 한 직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이 45%로 국내의 두 배나 됐다.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며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해 왔으나 현실은 다르다는 얘기다. 금융은 사람과 그 사람이 가진 네트워크로 하는 일이어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서 국내 자산운용 분야는 그나마 전문성을 중시하는 업계 풍토를 반영해 3년 이상 근무자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는 "자산운용업은 직무가 상대적으로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 근무자 비중이 큰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메뚜기 근무'는 은행이 가장 심해 현재 직무에 3년 넘게 근무한 사람은 16%에 그쳤다. 보험.증권도 33~36% 수준이었다.

전체 금융회사 직원 중 공인회계사(CPA).공인재무분석가(CFA) 같은 전문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100명 중 1명꼴에 그쳤다.

전문성을 쌓기 위한 기회도 적어 3주 이상의 해외연수나 3개월 이상의 사내연수.외부위탁연수를 받은 사람은 10명 중 3명에 머물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행장이나 사장 임기가 3년 정도여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인력 양성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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