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숨은곳 찾아라/미 정보기관 숨가쁜 “숨바꼭질”(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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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은신처 40여개소 전전/지휘 체계에는 큰 타격
미국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목표로해 바그다드의 대통령궁과 이라크 군사령부에 대한 폭격을 감행했으나 후세인은 20일 이라크방송을 통해 전쟁을 독려,그가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미 정보기관들은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촉각을 동원하고 있으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겉으로는 후세인 개인에 대한 공격에 관심이 없음을 밝히고 있으면서도 그가 있을법한 곳을 계속 폭격하고 있어 미국의 공습목표중 후세인이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사령관인 슈워츠코프 대장은 『미국의 공격목적이 한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그에 대한 폭격설을 부인하고 『우리의 목표는 하급단위부대를 지휘부로부터 격리시켜 하급부대의 전투의지를 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폭격이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의 지휘능력에 대해 현저한 타격을 주었다고 미 정보기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 정보관계자들은 『이라크 군사령부와 각종 통신시설이 파괴됨으로써 이제는 후세인이 하급부대에 직접 명령할 수 있는 수단을 잃었다』고 지적,더이상 후세인이 일선부대를 직접 움직일 수 없게 됐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슈워츠코프 사령관을 포함,미군 관계자들은 지난해 듀건 전 공군참모총장이 『후세인과 그 가족들도 폭격대상』이라는 발언이 말썽이 되어 물러났던 것과 관련,미국이 후세인 개인을 노린다는 점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바그다드 북방 95마일에 위치한 후세인의 고향인 티크리트시까지 공습한 것으로 보아 그의 제거를 위한 작전을 은밀히 전개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미 정보기관은 후세인이 미국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바그다드 시내 민간인 밀집지역에 은둔,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슈워츠코프 사령관도 『그는 살아 있으며 민간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미 정보관계자들은 『후세인은 미국이 민간인에 대한 공습을 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재 바그다드 중심부의 한 빌딩이나 호텔 등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가 40여곳이 넘는 은신처를 미리 마련해 이곳 저곳으로 불시에 이동함으로써 미국의 폭격과 암살 등을 피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사담 후세인은 이 은신처까지 불신해 아예 바그다드 시내의 호텔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CIA 심리전 분석책임자이자 조지타운대 교수인 제럴드 포스트씨는 최근에 수집된 후세인 관련 비디오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그의 얼굴에서 걱정에 찌들리거나 번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자신만만한 그의 얼굴로 미루어 보아 그는 다가올 지상전에 매우 낙관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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