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 외국인 시대] 中. 영세업체 "인건비 오른다"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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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론 환영, 당장은 일손 부족이 걱정'. 고용허가 등록을 보는 사업주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단 제법 규모를 갖춘 중소기업들은 조심스럽게 반기는 분위기다. 불법 체류자 고용에 따른 불안감이 없이 안정적으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5일 오후 2시 경기도 안산시청 대강당에 외국인 수천명이 몰렸다. 외국인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장이다. 반월공단 코리아휠 대표 임승근(44)씨는 "일손이 달려 인도네시아인 위주로 7명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전기기 최중성 관리부장은 "한국말을 알아듣는 외국인 10명을 90만~1백만원 급여조건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인 아민(32)은 "공장에서 지난달 말 해고됐다"며 "조건이 다소 안좋아도 취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반월.시화공단 소재 1백10개 중소기업이 참가, 모두 7백여명을 채용했다. 경기 화성의 휴대전화 종이포장재 제작업체 '잎성'의 강광현(53)전무는 "불법체류자들은 이직률이 높은데 지난달 17명 모두 고용확인서를 써 줘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세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안산공단에 입주한 전기업체 '세로'의 황휘연(37)사장은 이달 들어 공장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달 말 체류기간 4년이 넘은 동남아 숙련공 세명을 내보내고 새로 고용했지만 일손이 서툴러 공정에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金사장은 "6개월은 가르쳐야 가동률이 예전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염색업체 H산업은 폐업 위기다. 이 업체 朴모 과장은 "직접 염료를 만지던 외국인 세명 중 두명이 지난주에 나가면서 완전히 손을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외국인이 들어온 직종은 한국인이 쳐다보지도 않아 대체할 기술자를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불법 체류자를 업체에 공급하던 안산.반월공단 일대 1백30여개 인력파견 업체도 고용허가 등록으로 거의 업무를 중단했다. 모 용역업체 鄭모(53)사장은 "예전엔 새벽에 문을 열자마자 80명 이상의 외국인이 몰려왔는데 지금은 10명도 안 온다"고 했다.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인력 수급 불균형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로 비제조업 분야(서비스.건설업 등)에서 제조업으로 옮겨 올 인력이 2만~3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를 모두 내보낸 업체엔 산업연수생 3천5백명을 배정해 줄 계획이다. 특히 현재 산업연수생 4만5천여명이 전국 1만5백개 업체에 배정돼 있는데, 이를 고용허가제와 병행하면 인력 수급 문제는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우선 체류 확인 과정에서 상당수 불법 체류자가 데드라인에 쫓겨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 취업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단 주변에선 내년 초 대규모 작업장 이탈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또 산업연수생도 고용허가를 받은 외국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영세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정규직화하면 4대 보험 등 영향으로 인건비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다. 따라서 여전히 불법 체류자를 선호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 단체들은 인권 문제도 제기한다. 고용허가제는 고용주의 동의없이 직장을 옮길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선교교회 최종률 목사는 "고용주가 이를 악용해 비인격적 처우를 할 수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하.김필규.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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