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노선 변화'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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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13대 위원장 선거가 6일부터 8일까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전교조의 전국 16개 지부 조합원 9만여 명이 투표에 참가한다. 그간 전교조는 교육부와 맞서며 교육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교원평가와 성과급 투쟁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1월 연가투쟁 때 교사들이 대량 징계를 당하면서 "강경투쟁으로 얻은 게 뭐냐"는 회의론이 일었고 집행부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전교조 내부에서는 "전교조가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누가 차기 위원장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전교조의 위상에 큰 변화가 있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강온파 후보 경쟁=위원장 후보는 모두 세 명이다. 장혜옥(52) 현 위원장과 강신만(43) 서울시북부지회장, 정진화(46) 전교조 서울시지부장의 3파전이다. 장혜옥 위원장은 "▶교원평가.성과급 저지 ▶입시개혁 ▶교육과정 개편"을 3대 공약사항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펼쳐 왔던 강경 투쟁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진화 서울시지부장은 "교원평가와 성과급은 40만 교원 단결투쟁으로 막아내야 한다"면서도 "전교조의 고립을 자초하지 않도록 소외 학생들을 위한 교육복지특별법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선 전교조의 기존 노선을 재검토해 보자는 후보도 나왔다.

강신만 서울시북부지회장은 '학생에 의한 수업평가'를 교원평가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강씨는 "사교육비로 전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교사들만 기득권을 유지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며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교과협의회가 이미 존재하고 이를 통해 교사의 자기혁신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투쟁 카드 대신 학부모와 함께하는 대토론회를 매년 네 차례 열어 전교조의 본래 가치가 설득에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누가 되도 앞으로 쉽지 않아=교육부의 전교조 정책이 노무현 정부 초기에 비해선 훨씬 강경해졌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강정길 과장은 "교원평가 자체를 부정하는 전교조와는 협의의 여지가 없었다"며 "강 후보와 정 후보의 공약은 일단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대화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장혜옥 현 위원장이 재선될 경우 초반부터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전교조 위원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장 위원장을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이미 밝혔다.

1차 투표 결과 반수를 넘는 후보가 없으면 12일부터 14일까지 2차 결선투표에 들어간다. 결선투표에선 1, 2위 후보만 경합한다. 전교조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전교조의 노선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어 결선투표까지 갈 것을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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