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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금융중심지 정책, 흔들려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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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참여정부의 여러 경제 정책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모든 경제정책이 심한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실 참여정부의 국제 금융중심지 정책만큼은 큰 문제가 없다. 우선 2003년 12월 정부가 우리나라를 국제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1차 로드맵을 채택한 것은 그 자체로 획기적인 결정이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가 국제 금융중심지가 되는 것은 우리 경제를 고부가가치 경제로 개편하는 데도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러나 1차 로드맵은 그 내용에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를 현재의 싱가포르나 홍콩 수준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시간 계획이 너무나 느슨했다. 이뿐 아니라 계획 초기 단계에는 자산운용업에만 특화하는 금융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도 잘못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부족한 점을 시정해 2005년 6월 2차 로드맵을 채택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차 로드맵은 계획 완료 시점을 당초 2020년에서 2015년으로 앞당겼고, 초기부터 자산운용업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채권시장.기업구조조정시장 등 여러 상품과 시장을 동시에 발전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이렇게 수정된 2차 로드맵에 따라 우리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가지 근본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우리 원화의 국제 태환성을 조기에 실현하고자 올해부터 외환 자본거래를 종전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한 것이다. 그리고 외국기업 또는 기관들에 주식이나 채권의 1차 상장을 허용함으로써 국내 기업과의 차별도 없앴다.

그리고 이번에는 현 국회 회기 내에 자본시장 통합법안을 제출하여 이른 시일 안에 통과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자본시장 통합법의 근본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 자본시장 업종 간에 존재하던 칸막이를 허물어 겸업을 허용함으로써 전체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발전을 가속시키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자본시장의 상품 개발을 저해하고 있던 종전의 이른바 '포지티브 리스트' 규제를 폐지하고 '네거티브 리스트'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자본시장 통합법은 우리 금융시장의 발전을 가속하는 것은 물론 일반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 아니라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부가가치와 성장을 확대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 기회 역시 당연히 늘어난다. 국회에 제출될 자본시장 통합법은 이런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므로 국회는 당연히 이를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이처럼 자본시장 통합법의 국회 통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변국에 앞서 동북아 국제 금융중심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참여정부 임기 내에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다른 과제도 많다. 우선 우리 금융시장을 보다 국제화하고 외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금융 관련 규제와 법규를 영문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지나친 누진율로 특징지어지는 개인 및 법인세법을 개정하고, 특히 세무행정을 국제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외국 기관들의 국내 금융투자 유치 목표뿐 아니라 국내 기관들의 해외투자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나아가 금융중심지 정책의 내용과 성과에 대한 국내외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까지의 성과가 헛되지 않고 다른 경쟁국에 앞서 금융중심지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아무쪼록 참여정부는 임기 말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금융중심지 정책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주기 바란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