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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넉달은 해외서 보름은 비행기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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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들어 넉 달을 출장 나가 해외에서 보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석 달 반을 해외에 머물렀고, 보름은 오가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허동수(63) GS칼텍스 회장 이야기다.

해외를 향한 그의 발길이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해 17차례 해외에 나가 77일을 보내더니 올들어선 지난달 달 말까지 25차례에 걸쳐 118일 동안 미국.중국.아랍에미리트(UAE) 등 10개국을 누볐다. 지금도 해외에 있다. 26번째 해외 출장이다. 4일 출국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가스산업 박람회 'GASTECH 2006'에 들른 뒤 오만 국영석유회사 창립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 1주일의 이번 출장을 포함하면 올 한 해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게 된다.

허 회장이 해외에서 주로 만나는 사람은 에너지 관련 정부 고위 관료나 에너지 기업 경영진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칼리파 대통령, 카자흐스탄의 아흐메토프 총리와 슈콜닉 에너지 장관, 카타르의 알 아티야 부총리 겸 에너지산업부 장관 등이다. 이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업계 동향을 파악하며 수출선도 뚫는다. GS칼텍스의 한 임원은 "올 들어 유가 변동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정보의 중요성이 커졌고 중국 사업 확장도 시급해 허 회장의 해외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에너지 관련 글로벌 인맥을 두텁게 다졌다. 중국 정부 내 실세이자 허 회장과 전공(화학공학)이 같은 마카이(馬凱)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주임과 막역한 사이가 됐다. 좀체 외국 기업인을 만나지 않는 장궈바오(張國寶) NDRC 부주임도 종종 접견하는 걸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연세대 화공과를 나와 미 위스콘신대에서 화학공학 박사를 받았다.

한 번 나가면 숨돌릴 겨를 없이 움직인다. 5월 22~26일 카타르 도하와 중국 베이징을 돌아오는 4박5일 출장 일정 중에는 이틀 밤을 비행기 안에서 잤다.<그래픽>

본사를 챙기려면 빡빡한 일정이 부득이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나흘 출장은 대부분 주말을 끼어서 간다. 주중에 일을 보고 토.일에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게 보통이다. 올 들어 열한달 동안의 25회 출장 중 16회에 주말이 포함될 정도다. 재계에선 "고(故) 정인영 한라건설 명예회장 이후 최고의 글로벌 마당발"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칠순을 넘겨서도 해마다 1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정 회장에 빗댄 것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해외 유전.가스전 개발에 적극 나설 참이라 허 회장의 해외 체류는 더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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