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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선원 7명 눈보라·허기 이기고 극적 생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혹한의 바다서 6일간 사투/함께 침몰 우려 옆배 도움도 사양/오줌물 받아마시며 배고픔 달래/“아이들·아내 생각으로 버텨”… 두명은 사망
영하의 바다에서 구명보트를 타고 표류하던 저인망어선 제2경북호(98·24t급·선장 고성수) 선원 7명이 혹한의 눈보라,집채같은 파도와 맞서 5박6일간의 사투를 벌인 끝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식량은 물론 음료수조차 없어 오줌을 받아 마시며 목을 축였습니다. 그러나 고선장 등 2명은 끝내 추위와 허기를 이기지 못해 숨졌습니다.』
14일 오전 극적으로 구조돼 인천 중앙 길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선원 김영식씨(30)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파도와 싸웠다』며 악몽의 순간을 회상했다.
제2경북호는 지난 8일 낮 12시쯤 전남 영광군 안마도 북서쪽 12.5마일 해상에서 홍어잡이하다 기관고장을 일으켜 같은 회사소속 제1경북호에 의해 인천항으로 예인되던중 경기도 옹진군 덕적면 목덕도 남서쪽 41마일 해상에서 심한 파도를 만났다.
파도에 휩쓸려 선체가 침몰위기에 처하자 고선장은 『1호선만이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며 1호선과 연결된 와이어 로프를 절단했고 제2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선원 9명은 10인승 비상구명정에 옮겨타고 파도와 사투를 벌였다.
『추위와 허기를 이기느라 오줌을 신발에 받아 마셨지요. 밤이면 2∼3명이 구조를 기다리느라 보초를 서고 나머지는 서로 껴앉고 몸을 비비며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표류 나흘째인 11일. 몸의 수분이 떨어지자 오줌도 나오지 않았다. 복통증세를 호소하던 고선장은 추위와 허기에 떨다 눈을 감았다. 표류 5일째인 12일 성난 파도가 잠잠해지고 날씨도 풀리기 시작했다.
13일 아침에는 동료 한재구씨(30)도 숨졌다. 나머지 7명이 고선장등의 유해를 바다에 수장했다.
『고선장의 유해를 수장하면서 우리도 모두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외치며 죽음의 공포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버텼습니다.』
수평선 너머로 지나가는 선박 1척이 눈에 들어왔다. 노르웨이 선적 신가엘로나호였다. 겉옷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5박6일간의 처절한 사투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구조된 선원들은 동상으로 제대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인천=김정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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