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선거 한번에 해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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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권과 행정부가 기초 및 광역의회선거의 동시 및 분리실시 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고 보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동시실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행정부측이 동시선거 실시를 반대하는 논거는 중앙선관위가 10일 지적한 것처럼 선거관리상의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내무부의 지적처럼 동시선거를 하면 정당개입이 금지되는 기초의회의 선거사범 적발에 난점이 있는 것도 충분히 예견된다.
그러나 우리는 분리선거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일각의 의도에 정략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또 분리선거에 따르는 사회적 낭비가 엄청날 것이라는 판단에서 분리론에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일부 여측 인사들이 동시선거의 경우 기초의회의 친여성 후보들의 대거 당선전망이 불투명하고 여측 광역후보에 대한 간접적 지원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을 우려한 나머지 분리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30년만에 부활되는 지자제를 여전히 행정편의와 당략적 이해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이러한 일부 왜곡된 발상은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다음으로 분리선거를 할 경우 두번씩이나 겪어야 할 선거열풍 속에서 국력의 낭비와 사회기강의 해이 및 시민질서의 혼란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점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악재만 쌓인 우리 경제가 1,2개월 사이에 두번씩이나 선거의 충격을 받는다면 이를 제대로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여당은 신중히 새겨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동시선거를 실시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이를 가능케 할 모든 준비를 하는데 진력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전국 규모의 선거가 연례적 행사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선거사범의 엄단과 함께 금권·타락선거의 폐단과 동시선거에 따르는 투·개표의 문제점 등에 관해 텔리비전방송등 매체를 이용해 적극 홍보하는 방안등을 하루 빨리 세워 실행에 옮겨야할 것이다.
그리고 여권이 우려하는 기초의회선거의 정당관여 문제는 법대로 엄정집행하는 체제를 수립하면 될 것이다.
내무·법무장관이 11일 검찰과 경찰에 지자제사범 전담반과 선거사범 수사단을 각기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밝힌 것도 우리는 바로 그런 취지의 일환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자제선거의 불법·부정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려는 정부의 발표가 엄포로만 그쳐 왔던 과거경험을 다시 되풀이하는 요식행위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게다가 정부가 과거처럼 주로 야측 후보에 불리하게 법집행을 해온 타성을 답습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될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것처럼 이번 지자제선거만은 기필코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혁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공권력을 정당하게 집행하지 않거나 편파적으로 법을 적용해 혼탁한 선거풍토를 조성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로 부상하고 있는 선거혁명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대비책의 수립과 엄정한 집행에나 만전을 기해야지 분리론같은 지엽적 발상으로 지자제의 기초를 닦는 이번 선거의 본질을 흐리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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