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 시기·방법 여야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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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 “3월 조기실시”에 평민 “5월 동시”로 맞서/민자 야조직 취약때 속공작전/평민 「황색바람」겨냥 시간벌기/여권 내부서도 「동시선거」여부싸고 진통
지방의회선거를 언제,어떤 방법으로 치르느냐는 문제를 놓고 민자·평민 양당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는 선거실시 방법에 대한 의견이 양분돼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선거시기와 관련,민자당은 지난해 지자제협상에서 3월중에 실시키로 여야가 합의한만큼 3월말이나 늦어도 4월초를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평민당은 5월 실시를 민자당측에 공식 제의해놓고 있다. 또 선거방법에 있어서도 평민당측은 여야합의에 따라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선거는 반드시 같은날 치러져야 한다는 동시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려 있는 상태.
청와대를 비롯,경제부처측에서는 선거를 여러번 치를 경우 인플레를 부추기고 사회전반에 걸친 분위기 이완으로 법질서가 문란해질 우려가 있다며 다소간 무리를 감수하더라도 동시실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거를 직접 주관하는 내무부나 중앙선관위측에서는 인력·장비 부족에 따른 실무적인 애로사항을 이유로 들어 분리실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고 여기에 민자당내 일부 민정·공화계 의원들은 평민당의 황색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선거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우선 선거시기를 3월말이나 늦어도 4월초로 해야 한다는 정부·여당은 그 이유로 ▲3월중 실시가 여야 합의사항이고 ▲선거를 늦추면 늦출수록 선거분위기가 과열되며 ▲4월 중순 이후부터는 농번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보다 내면적 이유로는 평민당측에 선거에 대비한 조직정비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서울등 수도권 일부지역과 호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민당측은 심한 인물난을 겪고 있고 조직 자체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평민당이 5월선거를 주장하는 이유는 여권의 약점을 활용하면서 인물난 해소와 조직정비의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다.
학원가가 술렁이는 4월을 거쳐 5월에 접어들면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5·18을 전후한 시기라 전국적으로 시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며 4월 중순 이후 시작되는 각 산업장의 춘투를 잘 이용하면 야당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선거시기 못지 않게 복잡하고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은 동시실시냐 분리실시냐는 문제.
우선 평민당측은 지난해 11월 여야 총무회담에서 동시실시키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광역·기초의회선거를 분리하는 것은 어떤 경우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민당이 이처럼 완강한 입장을 취하게 되는 내면에는 정당개입이 허용돼 있는 광역의회선거를 이용해 정당의 개입을 허용치 않고 있는 기초의회까지 황색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권내부. 청와대를 비롯,경제부처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2년여동안 네차례의 선거를 치러야 하는 마당에 분리선거할 경우 선거에 따른 인플레 유발은 물론 행정공백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는 이유로 동시 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내무부나 중앙선관위측은 선거운동은 정당중심으로 펼쳐질 수 밖에 없으므로 동시실시를 강행할 경우 기초의회선거에 정당이 개입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고 투표함·투표장소·기표대·합동유세장 확보 등에 있어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하게 되며 특히 인력과 장비의 부족으로 큰 무리가 따른다며 분리실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선거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입장 때문에 『선거를 3월에 실시하든 5월에 실시하든 개의할 바 아니며 분리선거냐 동시선거냐는 문제도 상관치 않겠다』는 공식 입장외에는 별다른 의견을 표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동시선거를 치를 경우 상당한 압박감이 따른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우선 1만4천1백56개의 투표구에 두개의 투표함(광역 및 기초)을 설치할 경우 부재자용까지 포함,최소한 3만개의 투표함이 필요하고 투표장소도 이전보다 훨씬 넓어야 하며 8천여곳에 이르는 합동유세장과 유세에 필요한 확성기등 시설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측은 지금까지 제작완료된 1만7천개 투표함을 제외한 부족분을 서둘러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최소한 2개월은 걸린다는 것.
선관위측은 가장 곤욕스러워 하는 부분은 인력난. 중앙선관위와 시·도 선관위 직원은 모두 1천5백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국에 걸쳐 위촉해 놓고 있는 10만명의 선거관리위원을 투입한다는 계획.
그러나 시·도의 경우 선관위직원이 3∼4명에 불과해 예를 들어 목포시의 경우 31개 선거구(28개 기초·3개 광역)를 3명의 선관위 직원이 관리해야 할 형편이다.
선관위측 계산으로는 분리선거가 바람직하며 아무리 빨라도 3월 중순까지는 준비가 어렵다는 것.
평민당은 「5월 동시선거」를 내놓고 그 어느 한쪽이라도 받아내겠다는 작정인데 선거시기는 어차피 정치적으로 결정될게 뻔해 선관위쪽은 3월 조시실시에 대비하느라 눈코뜰새가 없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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