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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보험은 꼭 … 여윳돈 만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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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종환(69) 할아버지가 서울노인복지센터 1층 매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그는 4월부터 이곳에서 매주 3일(화.목.토) 하루 6시간씩 일한다. 김성룡 기자

현재 40, 50대보다 10~20년을 먼저 산 60, 70대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할까. 3명의 60, 70대로부터 노후 대비에 아쉬웠던 점과 '인생 후배'에게 충고하는 얘기를 들어봤다.

◆ "잘나갈 때 준비하라"=이모(67)씨는 요즘 무기력하다는 생각에 밥맛조차 없다.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 최고경영자까지 지냈지만 현재 자식이 주는 용돈 없이 살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건강 등의 이유로 53세 때 은퇴한 그는 '너무 심심한' 나머지 주식에 손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액수가 커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10억원 이상을 날렸다.

은퇴 당시 서울 강남에 50평형대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었고 금융자산도 수억원에 달했지만 주식투자 실패로 강남의 아파트를 모두 팔아야 했다. 그는 "연금.보험 등을 우습게 보며 노후 준비 없이 산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 "은퇴 후에 할 일을 미리 배워라"=김종환(69)씨는 은퇴 당시만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는 제조업체에서 20여년간 일하다 61세에 정년 퇴직했다. 당시만 해도 퇴직 후 어떻게 살지 막막했다. 퇴직금과 그동안 모은 돈을 합쳐도 채 1억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업무에 지장이 될까봐 노후를 대비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을 하고 싶었지만 나이 든 그를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서울 종묘공원 근처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무료 급식하는 곳을 찾았다. "밥을 받아들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어요. 나이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워두거나 자격증을 따놓지 못한 걸 후회했지요."

그러나 그는 요즘 신바람이 난다. 어딘가 갈 곳(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4월부터 서울노인복지센터 매점에서 매주 3일 하루 6시간씩 일한다. 그는 "이 센터를 드나드는 노인 중 70%가 일하고 싶어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여유자금 미리 만들어라"=서울 오금동에 사는 김학진(74)씨는 농산물 도소매업을 55세까지 했다. 그는 영업을 '고지식하게' 했다. 남의 돈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생각에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기회도 외면했다. 사업을 정리할 때 남은 것이라곤 상계동의 19평형짜리 아파트 한 채뿐이었다. 그는 "당시 저금만 했던 돈을 부동산 등에 투자했더라면 좀 더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요즘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내의 병원비 때문이다. 그는 생활비로 월 50만원을 쓰지만 요즘 병원비가 한 달에 150만원씩 들어간다.

특별취재팀=김창규.최준호.고란(이상 경제부문).김영훈(사회부문) 기자 <teenteen@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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