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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체제 보장해도 북핵 해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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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좌담에 참석한 한중 전문가들. 오른쪽부터 쑤하오 외교학원 교수, 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이 넘었으나 아직까지 회담 재개 일정을 못 잡고 있다. 한국과 미국.중국.북한 측 책임자들이 최근 베이징에서 만나 막후 접촉을 벌였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김형국 중앙대 교수)가 중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들을 초청, 2일 서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특별 좌담을 했다.

"북한은 다목적 포석에 따라 핵 보유를 추구해 왔기 때문에 미국이 체제 안정을 보장해 준다고 하더라도 북핵 사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교수)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대화 여지가 오히려 확대됐다."(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

북한 핵실험 이후 평가와 전망'이란 주제로,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서 양국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장롄구이(張璉) 교수=다자간 회담을 아주 싫어하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 의도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반응을 알아보고,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면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려는 데 북한의 목적이 있다. 핵개발이 체제 안정을 지키기 위한 자위 수단이라고 강변해온 북한의 주장은 핵 개발에 나선 여러 이유(국내 정치 불안 해소, 협상 카드 추가 확보, 남한에 대한 국력 열세 만회 등) 중 하나일 뿐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 같은 복합적인 목적을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낙관할 순 없다.

▶쑤하오(蘇浩) 교수=지금 단계에선 북한의 핵 동결이 가장 시급하다.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으며, 핵무기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핵 확산을 하지 않으면 핵 동결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와 기술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 보유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미국과 국제 사회가 일부 양보를 해서라도 조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동원 국방대학교 교수=중국이 북한 핵실험의 최대 수혜자이고 중국이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책임론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핵실험 이전과 이후에 중국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나.

▶장롄구이=북핵이 동북아 안정에까지 영향을 줬기에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핵실험으로 북.중 관계는 질적 변화에 직면했기에 점진적 제재 등으로 조정을 거쳐야 한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북한의 핵 포기와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쑤하오=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알려진 것보다는 제한적이다. 과감하게 식량과 에너지 원조를 중단할 경우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한반도 혼란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

▶박병광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핵실험 이후 북한의 지위와 관련, 중국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

▶장롄구이=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해결, 평화 정착의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핵실험 직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처럼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핵실험 이후 북한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핵무기 보유뿐 아니라 해외 이전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중국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쑤하오=중국은 PSI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행단계에서 무력 충돌을 야기해 지역 안보 불안을 일으킬까 우려한다. 북한이 핵을 확산시킬 경우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북핵에 대한 중국의 레드라인(red line, 용인 한계선)은 무엇인가. 핵무기 보유 단계까지 가면 군사제재도 가능한가.

▶쑤하오=설득 단계를 넘어서는 것은 중국으로선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북한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해야 한다.

▶사회=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데 양측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 같다. 구체적인 손익 계산은 다를 수 있을 것이므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유상철.장세정 기자

◆ 장롄구이=중국 공산당의 이론과 정책의 산실인 중앙 당교(黨校)의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베이징대 한국연구센터 연구원도 겸한다. 중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로 당정 고위 간부들에게 북핵 해법 등을 조언하고 있다.

◆ 쑤하오=중국 외교부 산하 외교학원의 외교학과 교수이자 전략.충돌관리 연구소장도 겸하고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로 아태 안보협력협회 중국 측 위원이며 중국 군축협회 이사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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