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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말 안 듣고 심통 부리는 아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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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내용=초등학교 3년생인 L군(9) 집은 엄마와 아들 간 전쟁(?)으로 시작한다. 일어나고 세수하는 일조차 고성과 언쟁, 박지름 등의 과정을 거친다. 학교 지각도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엄마·동생·주변 사람을 원망하며 화까지 버럭 낸다. L군은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통한다. 한번 심통이 나면 친구를 괴롭히고, 화내기 일쑤. 이를 목격한 선생님이 혼을 내면 오히려 같이 잘못했는데 나만 혼낸다며 대들고 험한 욕설까지 했다. 선생님이 벌을 세운 적도 있는데 불손한 태도로 내내 딴청만 부렸다. 급기야 어머니는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아이를 당할 수 없다고 생각,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분석= L군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진 부모 말 잘 듣는 순한 어린이였다. 하지만 머리가 크면서 성격 급하고 욕심 많으며, 완벽을 요구하는 어머니에게 반항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군은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할 때도 무성의로 일관했다. 예컨대 자신의 행동이나 기분에 대한 질문을 해도 "나만의 비밀", "기억 안 남","모름" 등의 태도로 일관했다. L군에 대한 진단 결과는 '적대적 반항장애'. 어머니와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다. 첫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L군 어머니의 욕심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L군은 어릴 때부터 온종일 학원을 전전하면서 늘 화가 나고 불만에 차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반항할 엄두도 못 내다 초등학교 입학 후 고집이 세고 매사에 반항하는 태도로 차츰 변해갔던 것.

◆처방=어머니에게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양육 태도를 변화시키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또 어머니 자신의 불만스러운 점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되돌아 보게 했다.

다음으로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일상에서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라도 아이가 뭔가를 잘했다 싶을 땐 '즉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L군의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도 병행됐다.

치료를 시작하고 열흘쯤 지나면서 친구나 동생을 괴롭히는 돌발 행동은 현저히 개선됐다. 싫어하는 과외 활동을 끊으니 화내는 일도 줄었다. 물론 가끔 제 마음에 안 든다고 큰 소리로 대들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가급적 이런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 L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했다. 한 달 후 L군은 차츰 어머니에게 다가와 "날 사랑해?"라며 친밀감을 보이고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태도도 훨씬 고분고분해진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L군에겐 가족과 친구 관계,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려면 약물 치료.행동수정.가족 치료 등 정신과 치료를 1년 정도 더 받을 것이 권장됐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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