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L군도 초등학교 입학 전까진 부모 말 잘 듣는 순한 어린이였다. 하지만 머리가 크면서 성격 급하고 욕심 많으며, 완벽을 요구하는 어머니에게 반항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L군은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할 때도 무성의로 일관했다. 예컨대 자신의 행동이나 기분에 대한 질문을 해도 "나만의 비밀", "기억 안 남","모름" 등의 태도로 일관했다. L군에 대한 진단 결과는 '적대적 반항장애'. 어머니와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다. 첫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L군 어머니의 욕심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L군은 어릴 때부터 온종일 학원을 전전하면서 늘 화가 나고 불만에 차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반항할 엄두도 못 내다 초등학교 입학 후 고집이 세고 매사에 반항하는 태도로 차츰 변해갔던 것.
◆처방=어머니에게 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양육 태도를 변화시키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또 어머니 자신의 불만스러운 점을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되돌아 보게 했다.
다음으로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일상에서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라도 아이가 뭔가를 잘했다 싶을 땐 '즉시'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L군의 충동성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도 병행됐다.
치료를 시작하고 열흘쯤 지나면서 친구나 동생을 괴롭히는 돌발 행동은 현저히 개선됐다. 싫어하는 과외 활동을 끊으니 화내는 일도 줄었다. 물론 가끔 제 마음에 안 든다고 큰 소리로 대들기도 했지만 어머니는 가급적 이런 상황을 피하는 방법을 모색, L군과의 직접 충돌을 피했다. 한 달 후 L군은 차츰 어머니에게 다가와 "날 사랑해?"라며 친밀감을 보이고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했다. 태도도 훨씬 고분고분해진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L군에겐 가족과 친구 관계,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하려면 약물 치료.행동수정.가족 치료 등 정신과 치료를 1년 정도 더 받을 것이 권장됐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서울아산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