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12일 남긴 페만사태/강경선언 되풀이… 답답한 미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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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전되면 중동유전 폭파 불보듯/베이커 마지막 순방에 희망 걸어
유엔이 이라크에 제시한 쿠웨이트 철수시한이 12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과 이라크는 계속 강경대응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말연초 휴일을 이용해 대화가 이루어져 교착상태가 풀릴 것으로 일부에서는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미 행정부는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미 의회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1일 신년회견에서 유엔결의를 성공적으로 관철시키는데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장기전이 될지,신속히 끝날지 속단하지 않는다고 전쟁을 운위했다.
그렇지만 또 한쪽에서는 관련 당사국들이 마지막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어 이번 주말께면 화전 양단간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특사가 2일 쿠웨이트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격적으로 바그다드를 방문했고 4일 열릴 유럽공동체(EC)회의에서 독자적인 평화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며 베이커 미 국무장관도 중동사태 관련국에 마지막 순방을 계획하고 있는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오후 베이커 국무,체니 국방,파월합참의장 등을 백악관으로 불러 이라크에 대한 화전 양쪽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토했다. 미국은 이미 제시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베이커 국무장관의 면담 최종일자(3일)를 이라크측이 넘겼으나 이날자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 대화를 가질 생각이어서 베이커 국무장관이 이라크를 방문하게 될 경우 극적으로 평화적 타결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베이커 국무장관을 중동관련국으로 파견하는 문제를 부시 대통령이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경우 베이커가 바그다드를 방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쿠웨이트사태의 평화적 해결 여부는 전적으로 후세인의 결정에 달려있다』면서 『이라크와의 대화모색에 상황변화가 아직은 없으나 우리는 그들의 회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막후로 베이커의 방문을 놓고 활발한 접촉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도 신년휴일 기간동안 미테랑 프랑스·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가이후 일본총리,파드 사우디국왕등 관련 8개국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가져 미테랑 대통령특사의 바그다드 방문이 미국과 사전협의를 가진 후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평화적 해결분위기와는 별도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둔병력을 계속 증강시켜 최근에는 필리핀주둔 해병 등을 동원하는등 지금까지 육군 19만5천명,해병 5만5천명,해군 3만5천명,공군 4만명 등 모두 32만5천명을 투입했다고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이 밝혔다.
미국은 이라크가 평화적 철수를 계속 거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전쟁을 통해 쿠웨이트를 황폐화시키고자 하는 전략이 숨어있다고 보고 전쟁발발시에 일어날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종 검토를 끝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라크가 전쟁발발과 동시에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 유전 등을 폭파할 것에 대비,전쟁이 일어나면 즉시 미국이 비축중인 5억8천5백만배럴의 전략비축 원유를 방출할 것도 계획하고 있다. 또 쿠웨이트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후세인이 이 지역에서 계속 막강한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 지역의 세력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도 모색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달초 문을 여는 미 의회가 평화적 해결을 계속 촉구할 기세여서 전쟁에 선뜻 뛰어 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일부에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피츠워터 대변인이 『유엔 시한인 15일 이후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아직 내린바 없다』고 언급,미국의 대 이라크 대치 상황이 막바지까지 유동적임을 시사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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