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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신서 문학과 지서 시인선 -올해로 총서 백권 돌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창비신서」와「문학과 지성 시인선」 이 올 연말 각 1백권 째를 돌파했다.
이 땅에서 각기 현실참여와 창조적 지성을 대표해온 계간문예지『창작과 비평』과『문학과 사회』로 출범한 창작과비평사와 문학과지성사가 그 문예지 사업의 연장선상에서 펴내고 있는 이 총서들이 1백권을 돌파함으로써 뚜렷한 성격과 지향점을 지닌 문예지가 문학과 여러 주번학문에 두루 미친 영향을 실감케 하고 있다.
계간문예지『창작과 비평』에서 이루어진 논의의 성과를 1회적인 것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 또 지면관계상 충분히 다루어질 수 없었던 문제를 더욱 발전시켜 학문적 완결성을 추구하기 위해 기획된「창비신서」는 초기에는 국내외 대표적 문학성과를 정리하는 책들을 간행하다 차차 인문·사회·자연과학으로 범위를 넓혀나갔다.
1974년『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현대 편』(아널드 하우 저)을 퍼내면서 시작된「창비신서」는 최근 1백권째 책으로『다산의 정치경제사상』을 간행함으로써 1백권에 이르는데 꼬박 16년이 걸렸다. 우리민족현실을 증언하고 인간해방을 위한 과학적 인식의 지경을 넓혀나간「창비신서」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유신과 5공 정권의 탄압을 부르기도 했다.
열 번째 책으로 1975년 출간된『신동엽 전집』이 초판과 더불어 판금조치를 당했는가하면『전환시대의 논리』『8억인과의 대화』『민중시대의 문학』『독립운동사연구』『민족문학의 논리』등이 유신정권하의 긴급조치9호, 80년도 계엄사에 의해 잇따라 판금 당했다.
현재「창비신서」중『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객지』『신동엽 전집』『한국의 역사인식』『분단시대의 역사인식』등이 10만부 이상 팔리는 등 스테디셀러로 올라 있다.
한편 창조적 지성과 상상력을 대표해 온 계간문예지『문학과 사회』를 모체로 문학과지성사가 펴내고 있는「문학과 지성 시인선」은 1977년 황동규씨의『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작으로 이선 집을 거쳐간 시인 60명의 작품을 모은『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김주연 편)를 최근 1백 권 째로 펴냈다.「문학과 지성 시인선」은 시인 선정에서 창조적 개성, 이념과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다운 방법으로 치열하게 맞 싸우는 시정신을 존중한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을 다 읽고 1백권째 선집을 엮은 문학평론가 김옥연씨는『폭력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마음이 왜곡되고 움츠러들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치닫거나 자기보호에 급급해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은 열려있다』며『담담한 말씨로 폭력화된 세계를 냉정하게 다시 한번 소개하든, 그것마저 힘겹게 감싸 안으려하는 모두 열려진 마음들 속에서 울려나오는 반응들이 이 시선집에 담겨있다』고 했다.
창조적 개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시의 질적 수준을 이끌지만 그 반대급부로 대중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문학과 기성 시인선」중에서는 그래도 황지우씨의『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기형도의『입 속의 검은 잎』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기도 했다.
예술과 학문의 두 축이랄 수 있는 참여적 지성과 창조적 지성을 대표한 두 출판사의 초70, 80년대 정치·사회적 시련기에서 이뤄낸 총서 1백권 돌파는 정치·사회적 환경이 급속히 개방되면서 전망부재에 빠진 90년대 학·예술계에 하나의 돌파구를 제공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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