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 “동북아 평화 공동책임”…한반도 비핵화엔 입장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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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9차 3국 정상회의를 했다. 한ㆍ일ㆍ중 정상회의가 열린 건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세 정상은 회의 후 내놓은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ㆍ안정ㆍ번영이 우리의 공동 이익이자 공동 책임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역내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납치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각각 재강조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3국 및 동북아 관계에서 강조해온 이슈들을 ‘각각’ 다시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3국 정상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을 지속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3국 정상은 정상회의 정례화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12월 이후 코로나 펜데믹, 북한의 심화하는 핵ㆍ미사일 도발, 격화하는 미ㆍ중 갈등 등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던 상황을 벗어나 회의체 출범 취지대로 정기적으로 만나자는데 뜻을 같이한 것이다. 한ㆍ일ㆍ중 정상회의는 2008년 첫 회의 이후 2012년까지 매년 개최됐으나, 이후로는 2015년ㆍ2018년ㆍ2019년 등 불규칙적으로 열리다 이번에 4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의의 의의로 “3국 협력체제의 완전한 복원과 정상화”를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왼쪽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각론에선 한국의 핵심 이익인 북한의 도발 대처 방안에 대해 한ㆍ일과 중국의 인식 및 반응이 달랐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3국 공통의 핵심 이익인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안정이 3국의 공동의 이익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라 언급한 것과 달리 리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1029년 8차 회의에서 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에 동의했던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

북한이 6월 4일 전에 인공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한ㆍ일 정상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윤 대통령), “강력히 중지를 촉구한다”(기시다 총리)고 했지만, 리 총리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두고 리 총리와 별도 환담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탈북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리 총리는 “중국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정세 안정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한국 측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소통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북ㆍ러 무기 거래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기시다 일본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기시다 일본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세 정상은 정례화 외에 3국 국민이 협력의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6대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 사업을 발굴키로 했다. 세부적으로 ▶인적교류 ▶기후변화 대응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발전 ▶경제ㆍ통상 ▶보건ㆍ고령화 ▶과학기술ㆍ디지털 전환 ▶재난 구호ㆍ안전 등이다. 또, 문화ㆍ관광ㆍ교육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촉진해 2030년까지 3국 간 인적 교류를 4000만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경제ㆍ통상 분야에서 3국 정상은 “3국 자유무역협정의 기초로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투명하고 원활하며 효과적인 이행 보장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며 “3국 FTA(자유무역협정)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3국 정상은 ‘지식 협력 10년 비전에 관한 공동성명’ 채택을 통해 창작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선 초국경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를 계기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해 3국이 협력할 계획이다.

보건ㆍ고령화 분야에서는 ‘미래 팬데믹 예방ㆍ대비 및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을 부속 문서로 채택했으며, 3국 간 감염병 대응에 협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과학기술 분야는 녹색ㆍ저탄소사회 등 분야에서 3국 연구자 간 학계 교류 및 공동 연구ㆍ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재난ㆍ안전 분야에서는 초국경범죄 예방ㆍ단속을 위해 3국 경찰협력회의 통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3국 협력 발전의 마지막 방향은 ‘한일중+X 협력’을 통해 다른 지역과 함께 번영한다는 내용이다. 동아시아 황사 저감을 위해 이러한 틀을 활용해 몽골과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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