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대형마트 영업시간 자율화…새벽배송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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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가 전국 최초로 오는 7월부터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전면 허용한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대폭 완화하면서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폐지와 새벽 시간대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먼저 규제 개선에 나선 것이다.

지자체가 유통법 규제 개선 나서

서초구, 대형마트 새벽 배송 전면 허용 

서울 서초구가 지난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전환했다. 뉴스1

서울 서초구가 지난 1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전환했다. 뉴스1

서초구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영업제한 시간을 기존 오전 0~8시(8시간)에서 오전 2~3시(1시간)로 변경하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초구 관내 대형마트는 사실상 영업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새벽 배송을 포함한 전면적인 온라인 영업이 가능해졌다. 이마트 양재점, 롯데마트 서초점, 킴스클럽 강남점, 코스트코 양재점 등 4개 대형마트와 롯데슈퍼ㆍ홈플러스 등 33개 준대규모점포가 혜택을 받는다.

현재 유통법은 자체단체장이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10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고, 매달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게 하고 있다. 의무휴업일은 공휴일로 지정하되 이해당사자와 합의해 평일로 할 수 있고, 이를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했다.

국회가 못 뽑은 대못, 지자체가 뽑아 

유통법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도입했지만, 온라인을 주축으로 급변하고 있는 유통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쿠팡ㆍ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하면서 기존 대형마트가 역차별을 당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은 야당 반대 등으로 개정되지 못했다. 서초구 측은 "영업제한 시간(오전 2~3시)을 남겨둔 것은 정부와 국회가 법을 고쳐 전면 해제해달라고 촉구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자체장 재량권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간 사회 분위기가 강경하다 보니 먼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앞으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열고 최종 고시 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할 예정이다. 서초구 측은 “이번 조치가 주민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인 변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대구의 대형마트 휴업일 변경을 반대하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등 의무휴업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 의무휴업 평일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일요일 휴식권과 사회적 휴일권 등 박탈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2월 대구의 대형마트 휴업일 변경을 반대하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등 의무휴업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 의무휴업 평일변경 고시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마트 노동자들의 일요일 휴식권과 사회적 휴일권 등 박탈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대구·청주, 서울 자치구 등 공휴일 속속 변경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시를 시작으로 충북 청주시, 서울 서초구ㆍ동대문구, 부산시 등이 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회도 지난달 26일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 지원과 유통 분쟁에 관한 조례'개정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에는 서울 25개 자치구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 2회 공휴일로 지정하던 조항을 없애고, 서울시와 협의해 구청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난 4월 서울 서초구·동대문구, 충북 청주시 등의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81%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서초구가 지난 3월 말 대형마트 3곳의 반경 1㎞ 내에 있는 소상공인ㆍ점주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매출이 늘었다(30%)거나 변화가 없다(55.3%)는 답이 많았다. 매출이 줄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시민들이 서울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급속한 유통환경 변화에도 오랫동안 꿈쩍하지 않던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마지막 규제를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역할은 소비자와 지역경제, 또 유통업계 모두를 위한 구청장의 권한이자 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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