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보궐선거' 또 졌다… 기시다 '재선'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일본 집권 자민당이 지난 26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또 패배했다. 잇따른 보궐선거 전패에 일본 언론들은 2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권 운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지율 반등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브라질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브라질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시즈오카(静岡)현 지사를 뽑는 보궐선거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등이 추천한 스즈키 야스모토(鈴木康友·66) 전 하마마쓰 시장이 당선됐다. 자민당이 추천한 오무라 신이치(大村慎一·60·무소속) 전 부지사를 꺾었다. 자민당이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지난 4월 말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시마네(島根) 1구와 도쿄(東京) 15구, 나가사키(長崎) 3구에서 중의원(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는데 자민당은 '보수 왕국'으로 불리는 시마네현에서만 후보를 냈으나 패배했다.

교도통신은 시즈오카 보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한 데 대해 지난해 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사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정치자금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치 불신을 키운 것이 화근이라는 설명이다. 아사히도 이번 연패가 정권 운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자금 개혁을 위한 정치자금 규정법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연패가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총재 선거, 중의원 해산 전략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가 선거 당일 실시한 출구 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층의 34%가 야당계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민심 이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가미카와 외상도 타격

첫 여성 총리 기대감을 높였던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71) 외상도 이번 보궐선거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시즈오카 제1구(중의원)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가미카와 외상은 최근 시즈오카를 방문해 지원 유세에 나선 바 있다. 가미카와 외상은 당시 여성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낳지 않으면 무엇이 여성인가”라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튿날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EPA=연합뉴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EPA=연합뉴스

일본 측 외교 수장인 그는 26일부터 서울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한·일·중 정상회담에 불참하고 시즈오카 보궐 선거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애초에 참석할 확률이 높았지만, 지역구인 시즈오카까지 깨지면 정치적 자산이 적어지고, 자민당 차원에서도 위험하단 판단에 따라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일·중 정상회담까지 불참하는 강수를 썼지만 시즈오카에서 자민당 후보가 패하면서 가미카와 외상의 입지도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가미카와 외상은 지난 3월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총리(5위)보다 높은 3위를 차지해 일본 첫 여성 총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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